트럼프 미 대통령, 고강도 관세 정책 발표멕시코에 가전 생산 기지 둔 삼성·LG ‘고심’미국 수출용 가전 재고 축적…공장 이전 검토
  • ▲ LG전자 드럼세탁기 제품 이미지ⓒLG전자
    ▲ LG전자 드럼세탁기 제품 이미지ⓒLG전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 캐나다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며 생활가전을 중남미에서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LG는 미국 현지 공장 생산 확대, 재고 축적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제 2의 세이프가드’ 사태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멕시코, 캐나다산 제품에 한해 내달 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캐나다의 마약, 이민 문제에 대한 보복 조치 일환이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가전 기업들은 미국 현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 몬테레이에서 각각 미국 수출용 가전, TV 등을 생산 중이다. 우선 추가 관세가 적용되기 전 미국 현지에 재고를 축적하는 것이 목표지만 장기적으론 공장 이전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 1기에 세운 미국 내 세탁기 공장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먼저 세탁기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건조기를 시작으로 현지 생산을 추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로 한국 가전에 높은 관세를 부담했다. 한국 가전 기업들의 공세에 월풀 등 현지 가전 제조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삼성전자는 약 3억8000만 달러(한화 55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세탁기 생산 기지를 세웠다. LG전자 또한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약 2억5000만 달러를 투입해 세탁기 공장을 설립했다.

    또 멕시코, 캐나다 이외 지역의 공급망을 활용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5에서 "삼성은 전 세계에 공장을 꽤 많이 가지고 있다"며 "부품 공급부터 제조에서 소비자에게 가는 루트가 잘 돼 있기 때문에 (현지 사업에)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어떤 시나리오든 다 준비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지원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삼성, LG가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이전할 경우 생산비와 인건비 등의 다양한 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다만 아직 트럼프가 캐나다, 멕시코에 '국경, 마약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건 부 관세 부과를 시사했고, 이 이상의 과도한 관세 정책이 다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