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관세 제일주의 등 국정 핵심기조반도체·車·배터리 등 주력사업 긴장감 ‘껑충’기업 10곳 중 8곳 “韓 경제 악영향 줄 것”현지화·수출다변화·네트워킹 확대로 돌파구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서 재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취임 전부터 고관세 시행을 예고하는 등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재계는 당분간 관계 개선 강화에 적극 나서는 등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 ‘안보 무임승차 불가’, ‘힘에 의한 평화’, ‘관세 제일주의’ 등을 국정 핵심 기조로 내걸면서 글로벌 안보와 통상 질서는 대변화를 맞게 됐다. 특히 재계는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취임 첫날에 하겠다고 예고했던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10~25%의 추가관세와 보편관세 등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미국 우선주의가 통상 전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 공식화로 친환경차 축소에 대한 방향이 확인된 만큼 정책 추진 속도와 강도를 예의주시하려 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관세 폭탄 경고와 보호무역 정책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염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12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3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2%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의 영향에 대해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과 한미 협력 강화 등으로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는 답변은 7.5%에 불과했다.

    재계는 현지화, 수출 다변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동시에 관계 개선 강화에 적극 나서며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인맥 네트워킹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접점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각각 최태원 회장, 손경식 회장 명의로 축하 서한을 보냈다. 최태원 회장은 서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회복을 가속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미국 제조업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대관 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도 미국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 SK그룹 역시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으며, 정의선 회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미국 현지화를 위한 투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약 10조원을 투자해 미국 내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향후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트럼프의 당선이 기존의 첨단산업 대미투자, 통상·대북정책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이미 경험해 본 정부의 실리적 외교·협상 노력과 더불어 민간 차원의 아웃리치 활동이 병행된다면,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긴축경영 기조가 크게 높아졌다”며 “경기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