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 숙원사업동양·ABL생명 인수 신청 제출… 내달 결과 윤곽손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 리스크 변수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제 시행 등 윤리경영 앞장
  •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
    ▲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우리금융
    "신뢰받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 초 회현동 본사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밝힌 다짐이다. 윤리경영을 필두로 신뢰 받는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친 것. 특히 그는 임직원들에게 동양·ABL생명 인수 절차의 마무리를 당부하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다. 2014년 NH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이후 10년간 비은행 계열사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은행들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해 은행의 의존도를 낮추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 KB금융그룹의 경우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성공하며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민은행 의존도를 56%까지 낮췄다. 신한금융도 신한은행 의존도가 77.85%로, 하나금융 역시 은행 의존도가 86.22%에 그친다. 반면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4.33%(2조524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은 보험·증권 영역에서 순이익 격차가 1조 7000억원에 달한다.

    임 회장은 2023년 3월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 비은행 계열사 M&A(인수합병)을 숙원사업으로 꼽았다. 그는 계열사 간 융합·시너지를 통해 미래 성장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조했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에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투자증권으로 성공적으로 전환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임 회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과 네 차례의 금융사고를 수습하면서도 비은행 계열사 인수 의지를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설립했다. 이후 금융당국의 합병 인허가를 통해 같은해 8월 정식 출범했다. 

    증권사 인수를 마무리한 임 회장의 마지막 퍼즐은 보험사 인수다. 그는 지난해 6월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해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 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임 회장은 경영전략회의 직후 금융당국에 동양·ABL생명 인수승인 신청서를 제출, 다음달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임 회장의 보험사 품기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변수도 있다. 손 전 회장이 연루된 부당대출 이슈가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당초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검사 발표를 예정했지만, 올해 2월로 두 차례 연기한 바 있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는 이르면 내달 초에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금감원 심사를 거친 뒤 금융위원회가 전체 회의에서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검사 발표 연기 이유에 '매운맛'이라는 표현을 쓴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금융의 검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규정된 자회사 편입승인 요건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경영실태 평가결과 종합평가등급은 2등급 이상(총 5등급)이어야 한다. 편입하려는 회사 역시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금융지주는 2021년 정기검사에서 2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CET1) 비율도 11.96%로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낮다.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및 건전성 문제가 리스크로 작용해 경영실태평가 3등급 이하를 맞으면 인수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물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 경영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인수가 물 건너가는 것은 아니다. 최종 승인을 하는 금융위 손에 인수 여부가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임 회장은 지난해 말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금융권 처음으로 임원 친인척 개인정보 등록제를 시행하는 등 내부통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비전으로도 그룹 차원의 윤리경영 실천을 강조하며 이미지 쇄신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