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딥시크 이어 알리바바도 AI 혁신유럽은 ‘AI 기가 팩토리 구축법’ 시작美, 스타게이트 설립에만 1000만달러한국은 정치적 공백에 AI 혁신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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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DeepSeek)’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유럽연합(EU) 또한 AI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 밝혔다. 그러나 한국은 정치적 공백 사태로 AI 전쟁에서 한 발짝 물러나 상황을 관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한국의 혁신 경쟁력이 숨 가쁜 AI 전쟁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은 미국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챗GPT와 비슷한 수준의 AI를 훨씬 저렴하게 만드는데 잇달아 성공하고 있다. 

    저비용으로 챗GPT급 성능을 확보해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던진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대표적이다. 딥시크는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춰 출시한 H800 칩을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3’ 모델에 투입된 개발 비용은 557만6000달러(한화 약 78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메타가 최신 AI 모델인 라마(Llama) 3 모델을 엔비디아의 고가 칩 H100으로 훈련한 비용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고성능 모델을 만든 셈이다.

    딥시크 뿐만 아니다. 알리바바는 29일(현지시간) 챗GPT는 물론 딥시크-V3 등을 뛰어넘는 AI 모델 ‘큐원(Qwen) 2.5-맥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소셜미디어 공식계정을 통해 “(오픈AI의) GPT-4o와 딥시크-V3, (메타의) 라마(LLaMA)-3.1-405B를 거의 모든 영역에서 능가한다”고 해당 AI모델의 성능을 설명했다.

    앞서 틱톡 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도 자사 플래그십 AI 모델 업데이트를 최근 발표하며 새 모델 성능이 미국 오픈AI 모델을 뛰어넘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중국발 AI 모델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유럽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경쟁력을 회복하겠다며 첨단산업 분야의 신흥 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9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쟁력 강화 5개년 로드맵인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을 발표했다. 특히 혁신격차와 관련, 연내 ‘AI 기가 팩토리 구축법’을 시작으로 핵심 산업 내 AI 기술 발전·도입을 가속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여전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한 합작사 ‘스타게이트(Stargate)’를 추진하며 산업을 선도하는 것을 넘어 독식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설립 초기에만 1000만달러(143조원)을 투자하고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AI 프로젝트로 꼽힌다. 미국 내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 정부 또한 전폭적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78건을 폐지했는데, 여기에는 AI규제를 골자로 2023년 발효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활용’이 포함됐다. AI 기술 혁신에 방해되는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전폭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AI 전쟁의 방관자인 양 강 건너 불구경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025 경재정책방향’을 통해 AI를 핵심 게임체인저산업으로 지목하고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AI산업 정책을 주도할 대통령 직속기구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또한 지난해 9월 출범했지만 정치적 혼란속에서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는 올해 1분기 중 국가 AI 전략 수립을 목표로 했지만 정국 혼란 속에 ‘식물위원회’로 전락한 상황이다.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확충특별법 처리도 미뤄지고 있으며, 비상계엄과 탄핵, 직무 정지 등이 이어지면서 생긴 여러 국무의원 공백 사태 또한 AI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이다. 

    글로벌 AI 100대 기업에는 한국 기업이 단 한 곳도 포함돼 있지 않은 점도 우리에겐 뼈아픈 약점이다. 중국 딥시크의 공습에 대응을 잘 한다면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현 상황을 놓고 봤을 땐 글로벌 경쟁에서 점점 도태될 수 있어 시급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