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I, 美 올레드웍스 전략적 투자 … 팹·R&D센터 건설사업재편 및 트럼프 관세전쟁 영향 최소화디스플레이 관세 대상 … 中만 보기 어려워삼성·LG, 美 생산시설 없어 … 첨단시장 뺏길라"조립은 결국 해외서 … 관세 영향 자유롭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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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표적인 디스플레이 업체 재팬디스플레이(JDI)가 사업재편을 추진하며 미국 내 첨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수익성이 높은 첨단분야를 선점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 파악된다. 

    17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JDI는 사업재편을 추진하면서 미국 올레드웍스(OLEDWorks)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JDI는 현재 올레드웍스의 지분 6.69%를 보유 중이다.

    그러면서 JDI와 올레드웍스의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과 제조 노하우 등을 활용해 미국 내 세계적 수준의 첨단 디스플레이 공장(팹·fab)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방위, 자동차, 의료 산업을 위한 고성능 디스플레이 생산이 목표다. 양사는 제조 허브 외에도 미국에 첨단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센터도 건설할 예정이다. 

    생산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올레드웍스가 보유한 멀티스택 OLED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뉴욕에서 설립된 올레드웍스는 멀티스택 OLED 분야의 기술력을 가진 미국 업체로 조명과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제공한다. 

    멀티스택 OLED 기술은 여러개의 OLED 층을 겹겹이 쌓아 올려 하나의 디스플레이 소자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기존 단일 스택 OLED 대비 밝기와 발광 효율이 향상돼 풍부한 색 재현이 가능하고 수명도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멀티스택 OLED 기술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초에는 고성능 OLED 마이크로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한 약 860만달러 규모 미 육군 프로젝트도 수주한 바 있다.  

    JDI의 이 같은 행보는 사업재편과 동시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JDI는 지난 2012년 일본 경제산업성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출발한 디스플레이 회사다. 도시바, 히타치제작소, 소니 등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사업을 통합,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부활을 이끌 것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세계적 변화에서 뒤처졌고 한국과 중국 등의 경쟁 업체가 부상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낙오됐다. 

    이에 2023년 스마트폰용 액정 패널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으며 현재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징)과 첨단 OLED 등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JDI가 겨냥하는 첨단 방위 등 핵심산업의 경우 미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하게 적용돼고 있어 미국 내 생산기지를 짓는 것이란 관측이다. 

    동시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취임 후 특정 국가에 대한 관세는 물론 오는 4월 국가별 맞춤형 상호관세도 예고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미국에 25%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와 맞춤형 상호관세 적용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경우 추후 디스플레이 관세 등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업계에서는 당초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에만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에 따라 어느 국가도 안심하기는 어렵다. 

    중장기적으로 일본이 고수익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를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모바일과 PC 등 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일본은 소형 및 중형 LCD 패널과 스마트폰, 자동차용 일부 디스플레이에서 10% 내외의 미미한 점유율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미국 내 투자와 네트워킹을 지속 확대하는 경우 아직 개화하지 않은 첨단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례로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23년 11억9000만달러로 추정되는 글로벌 군사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는 2028년 15억7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달리 전쟁이 무인화, 최첨단화 되면서 연평균 5.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LCD가 주였던 군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경우 OLED와 퀀텀닷 디스플레이로 전환이 유력하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대표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생산시설은 대부분이 국내와 베트남 등 아시아에 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자회사 이매진이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중간재로 대부분 조립은 다른 나라에서 하기 때문에 미국에 제조시설을 짓는다고 해도 관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고객의 단기 요구사항과 장기 기술 로드맵을 충족하는 제품 생산에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