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80억 투입 개발 R1, 1400억 오픈AI o1 수준 맞먹어美 '데이터 무단수집' 조사 착수… 사실상 추가 규제 만지작'투자위축 VS 시장확대'…판도변화 예고 속 정부차원 시그널 절실
  • ▲ 엔비디아 H100 GPU 이미지. ⓒ엔비디아 홈페이지 갈무리.
    ▲ 엔비디아 H100 GPU 이미지. ⓒ엔비디아 홈페이지 갈무리.
    중국의 신생기업 딥시크(DeepSeek)가 내놓은 초저가 AI모델에 전세계가 화들짝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은 물론, 테크업계 전체가 술렁인다. 중국의 초짜 기업이 쏘아 올린 작지만 무서운 '초저가AI' 공이 어디로 어떻게 떨어질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AI 선도기업인 오픈AI가 한화 약 14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챗GPT o1과 비슷한 수준의 모델을 단돈 80억원에 개발해 냈다니, 진위 여부를 놓고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오픈AI와 최대투자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 무단수집'이 의심된다면서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 정부 역시 이에 동조하며 추가 규제 마련에 나설 조짐이다.

    하지만 국내 ICT, 반도체업계는 현상황을 예의주시 할 뿐 뾰족한 대책은 없다. 정부차원의 시장조사는 물론 지원방안 마련이 더욱 절실해 지고 있지만,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기업들의 이미지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과 관련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짓말쟁이 피노키오다.

    앞서 트럼프 2기 미국 정부는 5000억달러(한화 약 700조원) 투입을 통해 'AI패권'을 위한 바람몰이에 나섰다. 이를 지켜보던 중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화 80억원 수준의 저비용으로 챗GPT와 맞먹는 AI 모델을 개발했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딥시크가 초저비용으로 새 AI모델을 개발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R1은 사람 대신 AI 간 강화학습을 통해 성능을 끌어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오픈AI의 추론 모델 o1이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앞에서는 딥시크가 수행하는 척하고, 뒤에서는 오픈AI 데이터를 연동해 불러오는 방식에 그칠 수도 있다"며 음모른까지 제기한다.

    오픈AI와 MS는 딥시트의 개발 소식에 '약관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의 비호를 받는 중국 업체의 개발(?) 행위를 차단 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소송을 통하더라도 그 기간이 길고, 패소하더라도 기술 확보 후에 인정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MS 보안 관련 담당자들은 지난해 딥시크로 보이는 사용자가 오픈AI에서 대량의 데이터를 받아가 지식 '증류(Distillation)'를 시도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딥시크 R1 개발 방식인 '증류'는 AI가 생성한 데이터를 통해 다시 학습시키는 기술이다. 미국이 데이터 무단 수집을 문제로 삼고 있지만, 오픈AI는 물론 대부분의 AI 테크업체 역시 이 규정에서는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AI모델 1위 기업과 후발 주자 간 '기술장벽'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천문학적 규모의 개발비용에 대한 의문이 테크업계에 확산 될 경우 관망세가 이어져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AI 가속 지원 그래픽카드(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는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같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 HBM 적층에 사용되는 D램까지 전체 서플라이 체인이 요동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딥시크 이슈와 관련 단기적인 위험요인과 장기적인 기회 요인이 공존할 것으로 예측하고,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급변하는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서 단기적인 위험요인은 앞서 밝힌 것 처럼 테크업계의 투자 관망세에 따른 서플라이 체인 전반의 투자와 수요위축에 따른 실적 감소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체인 전체가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장기적 기회 요인으로는 딥시크가 최소한의 투자로 쳇GPT와 비슷한 수준의 모델을 개발한 만큼, 향후 더 적은 투자금으로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 다수의 새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의 신생 AI기업 딥시크가 던진 이슈는 그동안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GPU, 즉 AI가속기의 프로세서가 중요하다는 인식에 대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최첨단 반도체 등 단순 하드웨어만 제재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것.

    실제 R1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에 대한 수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이뤄졌다. H100 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H800 제품이지만, 단순하게 사용량만 늘려도 '증류' 과정을 통해 새로운 AI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다양한 기술 분야 패권을 지키기 위해 고사양 AI용 반도체 등의 중국 수출을 금지해 온 미국.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 미국이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AI인프라 투자를 앞두고 최첨단 반도체 뿐만 아니라, 기존 레거시 반도체 등 다양한 추가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2023년 5월에 설립된 신생회사 딥시크가 AI 패권 확보에 나선 미국에 쏘아올린 작은공에 전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대한민국의 셈법도 더욱 복잡해졌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은 물론 철강 등 전통산업마저 미국 정책에 맞춰 생존을 모색중인 가운데, AI 시장을 두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은 또 하나의 숙제가 됐다.

    우리나라 기업은 대한민국 정부 보다 미국 정부의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인지 오래다. 이번 고민 역시 크게 보면 중국의 26번째 성이 될 것인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웃픈 현실이다.

    정부는 우선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판도변화에 기업들이 능동적으로 대처 할 수 있도록 유연해져야 한다. 또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시그널을 기업들에게 보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2023년 12년만에 도입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연장을 수차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않았다. 약속 파기로 2024년 한해에만 기업들이 돌려 받지 못한 투자세액 공제액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숙제 해결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정부의 명확한 방향 제시와 규제 개선 그리고 약속 이행만이 기업들을 총성 없는 전쟁터로 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