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젠슨황, 대중국 견제 논의했나'H20' 등 저사양 칩 수출길 막힐 가능성삼성, 엔비디아 고사양 납품에 시간 걸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미국 트럼프 정부 2기가 중국에 공급되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인공지능) 칩까지 막아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를 H20 같은 저사양 칩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비디아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중국향(向) AI 가속기인 H20에 HBM3를 공급한다.

    미국의 규제가 H20까지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은 이미 바이든 정부 시절인  지난 2022년부터 제기됐다. 당시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의 가장 강력한 AI 칩인 'H100'의 중국 판매를 제한하며 중국 AI 산업이 성장하는데 제동을 걸었고 이후 2023년에는 'H800' 제품의 수출도 제한하며 중국을 더 옥좼다.

    이는 엔비디아 입장에선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사실상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조치였다. 여기에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엔비디아는 당시 미국 정부가 미국의 첨단 산업 육성에 제동을 건다는 점에 주목해 규제 밖에 있는 저사양 AI 가속기를 새로 개발해 기존 제품들을 대체하면서 대중국 사업을 이어왔다. 대표적인 대체품이 H20인 셈이다.

    이후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서자마자 멕시코와 캐나다 등 인접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이 같은 무역정책이 최종적으론 중국에 더 높은 규제를 가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사양 칩으로 규제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
    더구나 지난 31일(미국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면담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고됐던 중국향 AI 칩 수출길이 더 막힐 것이란 확신이 커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황 CEO는 미국의 기술과 AI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공식화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가속기의 대중국 수출 규제 시행을 두고 트럼프 정부가 협조를 요청했을 것이란 예상에 힘이 실렸다.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중국 견제는 최근 중국 AI 스타트업인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R1'이 공개되면서 더 강경 일변도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졌다. 딥시크는 미국 오픈AI가 주도하고 있던 생성형 AI 모델 시장에 저비용 모델로도 충분히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딥시크의 AI 모델이 오픈 AI와 같은 미국 최고 성능 모델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비용으로 개발됐지만 성능은 비슷하거나 기존 것을 능가하는 부분도 검증되면서 미국 테크업계는 물론이고 미국 정부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딥시크는 자사 AI 모델 구동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제작한 저사양 AI 가속기인 'H800'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저사양 AI 칩으로도 충분히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하면서 이후 엔비디아가 내놓은 H20과 같은 후속 제품이 활용될 상황도 경계할 수 밖에 없게 됐다.
  •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엔비디아가 트럼프 정부의 협조에 응해 중국향 수출을 줄이거나 완전히 중단하게 되면 불똥은 삼성전자에게도 튈 우려가 나온다. 삼성은 엔비디아의 중국향 AI 가속기 모델 상당수에 HBM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H20에 들어가는 4세대 HBM인 'HBM3'다.

    아직까진 5세대 HBM인 'HBM3E'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어 이전 세대 HBM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삼성에겐 중요하다. 중국향 제품에 HBM을 공급하면서 엔비디아와의 신뢰를 쌓으며 관계를 이어가고 향후 고사양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공급 관계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삼성이 그린 로드맵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엔비디아가 중국향 수출 제품 생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나오면서 삼성이 당장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진행하고 있는 HBM3E 8단과 12단 제품이 더이상 공급망 입성에 지체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삼성도 엔비디아 퀄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재설계 과정을 거쳐 재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입장인데, 반도체업계에선 이런 상황 속에서 퀄테스트 관문을 넘는 일은 이제 더 절실해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