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통해 7년만에 이사회 의장 복귀AI 기술 경쟁력 강화 집중할 것으로 예상소버린 AI 추구, 대규모 투자 주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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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복귀한다. 그동안 글로벌 사업 확장에 집중했지만, AI 패권 경쟁과 딥시크 충격 여파로 기존 AI 전략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카카오가 오픈AI와 손을 잡은 것에 큰 위협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이사회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사내 이사 복귀 건을 주주총회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이사로 복귀하면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 GIO는 그동안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 확장과 함께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 사우디 디지털트윈 프로젝트 수주 등을 주도해 왔다.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오는 것은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기 위해 2018년 사내이사를 그만둔지 약 7년 만이다. 

    이해진 의장의 경영 복귀 배경으로는 최근 AI 패권을 두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결정적이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 5000억 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뒤이어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추론모델 ‘R1’이 더 적은 비용으로도 챗GPT 성능을 넘어섰다고 알려지며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AI 경쟁력에 있어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앞서 네이버는 한국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 X’를 내놨지만 빅테크의 거대언어모델(LLM) 대비 성능과 비용면에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 카카오는 지난 4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방한 때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의장이 복귀 후 AI 기술력 강화에 매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테크의 거대 자본과 중국산 AI 공습으로 비용과 기술력에서 뒤처지면 ‘소버린 AI’ 주장도 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복귀를 통해 AI와 클라우드, 검색과 로봇 등 신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는 지난해 5월 비공개로 진행된 ‘AI 서울 정상회의’ 세션에 참석하고, 이후 한 달 만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를 만났는데 모두 화두는 소버린 AI였다. 소버린 AI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과 가치관을 반영한 AI모델을 추구하는 ‘AI 국가주의’다. AI 패권국이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를 종속시키려는 의도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 아랍어 기반 소버린 AI 개발을 추진키로 한 바 있다. 인텔과 AI 반도체 ‘가우디’ 칩을 네이버클로바X에 최적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빅테크와 협력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소버린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 의장의 합류로 네이버의 AI 전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개발자 컨퍼런스 ‘단’을 통해 모든 서비스 영역에 AI를 적용하는 ‘온 서비스 AI’를 발표했다. 검색은 물론 커머스와 광고 등 네이버 주력 사업에 AI를 접목시켜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고 성장성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 쇼크는 빅테크가 주도하는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한 AI 패러다임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사업 확장뿐만 아니라 AI 투자와 경쟁력 확보가 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이 의장이 직접 나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