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오픈AI, KT-MS … 글로벌 빅테크 손잡는 후발주자들네이버-SKT에 밀린 AI 주도권 회복에 외부 빅테크로 해법 찾기‘쩐의 전쟁’ 속 토종 AI와 글로벌 AI의 경쟁 구도로
  • ▲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국내 시장 규모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과 AI 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한 ICT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AI가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국내 ICT 업계의 전략이 갈리고 있다. 

    자체 AI모델 개발 대신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AI모델을 도입하거나 AI기술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이른바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전략이다. 

    선발주자와 AI 기술, 자원의 격차가 커지면서 후발주자들이 해외 빅테크 기업의 기술에 의존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동시에 토종 AI 기술 개발에 나선 ICT 기업에게는 적잖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5일 ICT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기업과의 제휴, 연합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카카오와 오픈AI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카카오와 오픈AI는 지난 4일 전략적 제휴를 공개하고 AI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 공동 상품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한 공동 투자와 공동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오픈AI는 전세계에서 가장 앞선 AI기술을 보유 중인 기업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해 10월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한국형 AI모델과 서비스,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AX전문 기업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KT는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2.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MS는 대표적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 오픈AI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AI 개발에서 선두업체에 비해 뒤쳐진 후발주자라는 점이다. 

    카카오의 경쟁사 네이버는 자체 개발을 통해 생성형 AI ‘클로버X’를 출시했고 KT의 경쟁사 SK텔레콤은 AI서비스 ‘에이닷’을 선보이고 있다. 반면 카카오와 KT는 현재까지 이렇다 할 AI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했다. 결국 후발주자들이 이 격차를 좁히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외부 빅테크 기업의 힘을 빌리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카카오와 KT는 글로벌 빅테크의 AI 기술을 활용하게 되지만 그 수익을 함께 나눠야 하고 또 서비스 지역도 국내에 제한되는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이들이 글로벌 빅테크를 노크하게 된 것에는 ‘쩐의 전쟁’ 양상으로 흐르는 AI 산업의 특성이 주효했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AI 산업에는 그야말로 천문학적 자금이 쏠리고 있다. MS는 올해 AI 기술을 위한 데이터센터에 800억 달러(116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메타는 650억 달러(94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상황. 심지어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통해 5000억 달러(724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대한민국 한해 국가 예산을 뛰어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AI 투자 규모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경쟁은커녕 비교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에 맞설 기술 개발을 하기 보다는 ‘고래의 등’에 올라타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는 토종 AI 개발에 나선 선발업체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가장 한국어에 최적화된 AI모델에 주력해왔는데, 글로벌 AI기업들이 후발주자들과 손잡고 로컬라이징(현지화)에 나설 경우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7년만에 이사회에 복귀하는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이 창업자의 사내이사 및 이사회 의장 선임 안건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7년 의장에서 내려온 이후 글로벌 사업에만 집중해왔다. 그런 이 창업자가 복귀를 결심한 것은 글로벌 AI 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도 공세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자체개발 AI에이전트 ‘에스터’의 미국 현지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고 AI 분야 협력 연합체 ‘K-AI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등 세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가 발족한 ‘MIT GenAI Impact Consotium(이하 MIT GenAI 컨소시엄)’에 창립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등 글로벌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AI 기업과 협력과 견제하는 추세가 동시에 이어질 것”이라며 “누가 얼마나 최적화 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는 지에 따라 토종 AI와 글로벌 AI의 경쟁도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