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30년 반도체 인력 6만7000명 모자라인력유출 가속 … 한국 찾아와 순회 면접도"몰아서 일할 수 있어야" 더니 法처리 뒷전노조 기세등등 … 성과급 2000%·파업 카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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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인력 부족이 심화되며 한국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국 반도체 기업이 브로커를 쓰면서까지 한국 인재를 빠르게 영입하고 있어 인력 유출이 심화되고 있어서다.삼성·SK 등 국내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반도체특별법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시간만 지체되고 있고,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도 심화되는 모습이다.6일 미국 반도체 산업협회(SIA)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필요 인력은 2023년 33만8000명에서 2030년 45만3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SIA는 2030년 기준 반도체 제조 및 설계 부문에서 추가로 필요한 인력이 11만5000명이며 이 중 6만7000명(58%)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TSMC,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미국에서 시작된 반도체 인력 부족 사태는 한국에도 번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인력 양성에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 중국 CXMT 등 기업들은 직접 한국을 찾아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은 글로벌 3위 메모리 기업 미국마이크론은 지난해 수도권 일대 호텔을 돌아가며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면접을 이어갔다. 삼성과 SK 현직 인사들도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면접에서 마이크론은 10~20% 수준의 임금인상을 약속하며 인력 빼가기에 열을 올렸다.중국 역시 한국 인력에 탐을 내고 있는데 K-반도체를 매섭게 추격 중인 창신메모리(CXMT)의 경우 외부 출신 엔지니어 가운데 38.1%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출신이었고, 이 중 14%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시된 자료에서만 나타난 수치로 실제로는 인력 유출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최근에는 브로커를 통해 인력이 유출된 정황도 발견돼 문제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국내 컨설팅 기업 한 곳은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을 중국 CHJS에 알선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
- ▲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52시간 예외 적용이 담긴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뉴데일리DB
삼성·SK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반도체 인력의 근무 시간을 유동적으로 늘려 대응하는 수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지난해 7월 발의된 반도체특별법에는 연구개발 인력에 한해 주 52시간을 이상의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가 즉각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 입장에 힘을 실어주며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주재한 정책토론회에서 "고소득 연구개발자에 한해 특정 시기에 몰아서 일을 하는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에 저도 많이 공감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몰아서 일하는 걸 왜 법으로 막느냐"고도 했다.조기 대선 국면 속에서도 답보 상태인 지지율 반등을 노린 '흑묘백묘론'의 연장선상의 행보란 해석이 나왔다. 반(反)이재명 정서를 돌파하기 위한 표면적 우클릭이란 얘기다.이 대표 언급에도 반도체특별법의 여야 합의는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정부와 여당은 2월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당내 여론을 수렴한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는 실정이다.민주당 내부에선 '주52시간 예외'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인영 의원은 SNS를 통해 "근로 시간 단축의 역사에 역행하고 노동 가치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실용도 아니고 퇴행일 뿐"이라고 했다. 국회 환노위와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반도체특별법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반발 기류가 거세지자 이 대표도 말을 바꾸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경제계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육성에 '주52시간 예외'가 꼭 필요한가"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게 안되면 다 안된다는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법안 처리를 기대했던 경제계에선 '어쩌겠다는 거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 참석자는 "이틀 전만 해도 통과시킬 것처럼 하더니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고 했다.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들은 노조와의 내홍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4일 ‘2025년 임금교섭’ 4차 본교섭을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11일 예정된 5차 본교섭에도 사측이 제대로 된 안건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파업 절차를 밟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SK하이닉스 역시 초과이익성과급(PS) 지급률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직원들에 지급 기준 최대치인 1000%에 특별성과급 500%을 지급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성과급 기준을 산정했다며 반발했고, 현재 이천, 청주 생산직노조와 사무직노조 등 3개 연대 집단이 공동투쟁본부를 구축하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 중국에 비해 반도체 인력 양성에 대한 투자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인력 유출도 심화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K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반도체법이 하루 빨리 통과돼야 하고, 인력 양성과 인재 영입에 대한 제도가 구축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