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후 3대 신평사 중 첫 신용등급 발표"정치 불확실성 커졌지만 경제 영향 적다" 평가 단,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 땐 신용에 부담 우려도올해 성장률 2.0%→1.7% 하향 … 내년 2.1% 전망
  • ▲ 피치 자료사진 ⓒ연합뉴스
    ▲ 피치 자료사진 ⓒ연합뉴스
    국내 정치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국제신용평가사의 평가가 나왔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기존과 동일한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피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3대 국제 신평사 중 비상 계엄 사태 이후 신용등급을 발표한 기관은 피치가 처음이다.

    피치는 지난 2012년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이후 현재까지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AA-는 AAA, AA+, AA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한국과 등급이 같은 국가는 영국, 체코,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이다.

    피치는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수출 부문의 역동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다른 AA 등급 국가 수준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됐으며, 중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비율의 하향 경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상방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정치적 교착이 길어지면서 경제·재정정책 효과성이 훼손되고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하방요인으로 평가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위험요인 중 하나다.

    이에 피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예상한 2.0%보다 0.3%포인트(p) 낮춰 잡은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 예상치인 1.6~1.7%에 부합하는 수준이지만 정부 전망치(1.8%)보다 낮다. 내년에는 소비와 설비, 건설 투자 개선으로 성장률이 2.1%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수개월 지속될 수 있지만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정책 결정의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수지는 지속적인 재정수입 회복과 지출 통제 노력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고령화 지출로 정부 부채가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고금리 장기화에도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는 정부의 선제적인 정책대응과 구조조정 노력에 따라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대북 리스크에 대해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대남 적대 발언 등이 지속되면서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 관계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완화되고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봤다.

    다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GDP 대비 4.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강달러 현상 등 원화 약세에도 정부의 정책 대응에 따라 자본 유출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평가에 대해 한국 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피치의 이같은 평가가 나오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