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시행 3년차 … 건설업 사망자 늘어中企 예산배정 곤란 … 현장보다 서류작성사후처벌에 무게 실려 … 근원적 예방해야
  • ▲ 대구의 건설공사 현장 ⓒ뉴시스
    ▲ 대구의 건설공사 현장 ⓒ뉴시스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올해로 시행 3년을 맞은 가운데,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사상자가 늘어났다. 이에 실질적인 예방 조치보다 강력한 처벌 위주의 법 제정으로 실효성 없이 영세기업의 어려움만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 건설사 공사 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는 35명으로 전년(28명)보다 25% 늘었다. 중처법 시행 첫해인 2022년(33명)과 비교해도 높은 수치다. 

    또 작년 2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1868명으로 중처법 시행 첫해인 2022년(1666명)과 비교하면 오히려 12.1% 늘었다. 최근 건설 경기 악화로 공사 현장이 2년 전보다 크게 줄었는데도 산업 재해가 줄지 않아 중처법 시행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작년 1~11월 건축 착공 동(棟) 수는 10만1678동으로 2022년 동기간(14만2969동)과 비교해 28.9% 급감했다.

    다른 산업을 살펴봐도 중처법의 효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알림e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제조업 현장 사망자는 134명으로 전년 동기간(123명)보다 8.9%(11명) 증가했다. 특히 운수·창고·통신업에서 동기간 12명에서 19명으로 58%(7명) 증가했다.

    이러한 배경에 사전 예방보다 사후 처벌에 무게를 둔 중처법의 한계가 명확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 재해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처법에 따른 책임을 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안전 조치만 늘었다는 것이다. 서류만 잘 작성하면 중처법에서 요구하는 의무 위반을 피하는 구조라 안전을 위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건설사들도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으나, 대부분 안전 관리자 인건비나 사고 예방을 위한 컨설팅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중처법 시행 이후 경력 안전 관리자의 인건비가 크게 올랐는데, 공사비에 상한이 있어 근로자를 위한 직접적인 재해 예방 비용은 크게 올리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예산 배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관련 대응능력이 떨어지게 되는 구조가 발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1심 판결이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31건 가운데 29건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이중 27건은 중소기업에서 발생했다.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나 위험성 평가를 컨설팅하는 전문 업체들이 성행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특히 작년부터 50억원 미만 건설 공사 현장에서도 중처법 적용이 확대되면서 법무법인, 노무법인, 안전 진단 기관, 보험설계사까지 영세 업체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서 '중처법 특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산업계에선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최저가 낙찰제와 불법 하도급, 인력 수급 문제 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사후 처벌을 통한 규제보다는 건설업계를 부실하게 만들고 사고를 유발하는 근원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