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카·로부스타 원두 가격 최고가 경신브라질, 베트남 등 가뭄·태풍 등으로 생산량 급감이 배경국내 커피업계 줄줄이 가격 인상 … 원두값 안정 시간 걸릴 것
  • ▲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출하량이 급감해 글로벌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이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출하량이 급감해 글로벌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연합뉴스
    커피 원두 가격이 48년만에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국내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두값 상승의 주된 요인은 이상기후인데, 미·중 관세 전쟁의 여파, 고환율 현상 등으로 인해 가격 폭등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아라비카 커피 선물은 미국 뉴욕시장에서 장중 파운드당 4.24555달러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라비카 커피는 지난 5일 시장에서 4% 넘게 치솟으면서 인류가 커피를 거래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4달러를 상회했다.

    인스턴트나 저가 커피에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도 최고가를 경신했다. 

    또 10일 기준 로부스타 선물가격은 톤당 5684달러를 기록했다. 1월31일 5644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10일 만에 또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로부스타 선물 가격은 1년 전 3096달러보다 무려 82.2% 올랐다. 

    원두 가격 상승의 주된 배경은 이상 기후다. 

    아라비카 원두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브라질에 지난해 70년 만의 가뭄이 찾아오며 생산량이 급감했다.

    주요 산지인 세하두미네이루 지역은 40도 이상의 폭염으로 생산이 30%가량 급감했고 지난해 8월 급작스레 생긴 서리도 생산량을 10~20% 떨어뜨렸다.

    로부스타 원두를 수출하는 베트남도 지난해 3~5월 최악의 가뭄에 시달린데다 가뭄이 끝나자 태풍 '야기'가 발생해 폭우로 생산량이 고꾸라졌다. 

    사상 최대로 치솟은 원두 가격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국내 식품·외식기업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 인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스타벅스는 1월24일부로 톨사이즈 음료 22종 가격을 인상했다. 카페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스타벅스 돌체라떼, 카라멜마키아또, 화이트 초콜릿 모카 등 숏·톨 사이즈 가격은 200원 인상됐다. 

    블론드 바닐라 더블 샷 마키아또, 바닐라 크림 콜드브루, 오트 콜드브루, 콜드브루, 스타벅스 클래식 밀크 티 등 8종 톨 사이즈 가격도 200원 올랐다. 

    오늘의 커피 숏·톨 사이즈는 300원 인상됐다. 그란데·벤티 사이즈는 100원 올랐다. 

    할리스도 1월24일 일부 제품 가격을 200∼300원 올렸다. 폴바셋은 1월23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200∼400원 인상했다. 

    '저가 커피' 대명사인 컴포즈커피도 2014년 론칭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아메리카노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 10년간 컴포즈커피는 저가커피 브랜드 중 유일하게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1500원 동일가에 제공해왔다. 

    오는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1500원에서 1800원,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2500원에서 2800원으로 오른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저가커피 브랜드인 메가MGC커피, 빽다방 등도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도 지난해부터 가격이 줄인상 중이다. 지난해 11월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 커피믹스, 커피음료 등 커피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8.9% 인상했다.  롯데네슬레는 지난해 7월 네스카페 수프리모 아메리카노, 수프리모 병(100g) 등 인스턴트 커피와 핫초코 오리지널 원컵 등 분말 음료 제품의 출고가를 7% 인상했다. 

    한편 원두 가격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라질커피산업협회(ABIC)는 올 4~5월경 새로운 원두를 수확하기까지 계속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두 가격은 통상 5~6개월의 시차를 두고 커피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상 기후에 더해 미·중 관세 전쟁 여파, 고환율 현상까지 겹치며 국내 커피 소매 가격 부담은 당분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