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7곳서 외상학 세부전문의 배출 가능 올해는 13명에 불과 … 유인책 확보해야 과거와 달리 현장 상황은 개선되고 있어 현실에선 중증외상센터 '백강혁 인성' 무리 … 팀체제 중요
  • ▲ 조항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대한외상학회 이사장, 의정부성모병원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 조항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대한외상학회 이사장, 의정부성모병원 교수). ⓒ의정부성모병원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인기에 권역외상센터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일부 수술 장면과 콧대 높은 주인공의 행실은 현장과 다른 판타지적 요소여도 위급한 환자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며 365일, 24일 가동 체제를 유지하는 사명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비인기 분야라는 인식에 미래세대가 부족하고 응급 수술 등 대폭 수가 인상이 필요하지만 상황은 점차 바뀌고 있다. 매 순간 대기하는 외상 외과의 고단함을 사회, 제도적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13일 조항주 경기북부권역외상센터장(대한외상학회 이사장,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조만간 13명의 외상학 세부전문의가 배출된다. 시험은 모두 통과했으니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 현재 371명이 활동하고 있으니 곧 384명이 된다"고 밝혔다.

    전국 17곳의 권역외상센터를 포함해 총 27곳에서 외상학 세부전문의를 길러낼 수 있다. 그가 근무하는 의정부성모병원, 최근 재개됐으나 예산 문제로 수련 중단 논란이 있었던 고대구로병원, 길병원, 아주대병원 등 4곳은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단 고대구로병원은 권역외상센터가 아니어서 '수련센터' 명칭을 달았지만 의정부성모병원의 경우는 경기북부 권역외상센터로 그 자체로 수련 개념이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중증외상 수련기관이 전국에 1곳, 고대구로병원만 있다는 일련의 보도 등은 다소 왜곡의 소지가 있다.

    핵심은 외상학회 주도로 각 수련기관을 통해 '외상 전문가' 타이틀을 받게 되는 것이고 5년마다 갱신을 통해 자격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전국에 수련할 27곳이 있는데 올해 배출된 세부전문의가 13명이니 한 곳당 1명도 길러내지 못한 것"이라며 "수련을 받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수련의들이 많아져 외상학 세부전문의 배출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이들을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진단했다. 

    ◆ 권역외상센터 '6배 수가' 인상 … 수련의 지원책 발동

    중증외상 분야를 전공하는 세부전문의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다른 분야로 옮겨가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많은 부분이 개선된 사실이나 아직 역부족이다. 근무 강도와 응급도를 고려해 6배 수준의 권역외상센터 수가 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센터장은 "24시간, 365일 계속 가동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주·야간, 주말 근무에 있어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예약을 잡고 정규 수술을 하는 곳이 아니고 초응급의 경우는 난이도가 무척 높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을 고려해 최소 5배, 6배는 수가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가 인상을 기반으로 권역외상센터 내 발생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하고 미래세대 유인책의 일환으로 다각적 지원책도 발동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병원으로 돌아가는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직접 수련의에게 지급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외상외과는 3D 중에 3D여서 어렵고 고되면서 그 만큼 대우도 못 받는다는 인식만 있는데 실제로는 많이 개선됐고 또 바뀌고 있다. 많은 후배들이 들어온다면 더 빨리 환경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넷플릭스
    ▲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스틸컷. ⓒ넷플릭스
    ◆ 중중외상센터 백강혁 달리 현실에선 '인성' 중요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현실 속 권역외상센터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주인공 백강혁의 타 과를 무시하는 행동이나 헬기에서의 개두술, 수술 장갑으로 심장파열 부위를 막는 행위 등은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은 시청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주 센터장은 "저 역시 8화까지 다 보진 못했다. 시청자들이 오해할까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마치 외상외과 교수가 마취과를 무시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팀 체제로 가동되는 것이 제1원칙이기 때문에 아무리 천재여도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난이도 높은 수술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진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즉, 실력이 좋아도 인성이 부족해 주변에 날 선 발언을 이어가다간 오히려 병원에서 적응하지 못할 확률이 더 크다.
     
    다만 그는 "드라마를 통해 환자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사명감에 대해서 많은 환자와 국민이 공감하고 존중을 표하고 있다는 점은 감사할 부분"이라며 "권역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헌신이 환경 개선으로 바뀌고 보람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