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5년간 16배 증가 … 공포심리 시장에 일시 반영국제기구·정부 탄소배출 감축 목표 … 전기차 구매 혜택 강화정부, 배터리 안정성 직접 인증 등 규제 … 바나듐 개발 추진
  • ▲ 작년 8월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작년 8월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국과수,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초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고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한 지 반년이 지났다. 당시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등 공포심리가 시장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까지 확대됐지만, 중장기적인 전기차 보급 확대 흐름은 이어질 전망으로 정부도 안정적인 시장 구축에 나서고 있다. 
     
    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각 자동차 업체는 고성능 전기차와 프리미엄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전기차 판매 부진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기후 위기에 따른 각국의 환경 규제와 기업들의 목표가 맞아떨어지면서 향후 보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작년 8월 초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던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전기차 안전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잇따른 전기차 화재 등으로 전기차 공포심이 커지며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실제로 전기차 화재 건수는 보급 확대와 함께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소방청이 집계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건수를 보면 △2018년 3건 △2019년 5건 △2020년 12건 △2021년 15건 △2022년 33건 △2023년 47건 등 5년간 16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화재 사고가 2025년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기후 위기에 따른 각국의 엄격한 규제와 탄소 배출 감축을 향한 기업들의 목표가 맞물리면서 향후 보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포비아가 일상을 덮쳤던 작년에만 해도 전 세계에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약 1763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산차와 수입차 구분 없이 전기차 할인 행사가 잇따르는 것도 향후 전기차 성장에 한몫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표적으로 볼보코리아는 지난 3일 전기차 EX30을 국내에 출시하며 사전 계약 때보다 최대 300만원 안팎으로 가격을 낮췄다. 폭스바겐은 향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맞서 2만유로(약 3000만원)짜리 전기차 모델 'ID.1'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생산에 심혈을 기울이기는 마찬가지다. 기아는 전기차 캐즘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격적인 신차 출시를 택했으며, 현대자동차 역시 고성능 전기차와 프리미엄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전기차 판매 부진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 ▲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도 보조금을 통해 전기차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관련 1회 충전 주행거리·고속충전 기준을 늘려 국비 최대 보조금을 650만원에서 580만원으로 줄였다. 다만 청년·생애 첫 구매 등 추가 인센티브를 적용하면 약 900만원까지 확대되는 만큼 전기차 구매 유인책을 새로 선보였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배터리 안정성을 직접 인증하고 개별 배터리에 식별번호를 부여하며 생산부터 폐기까지 모든 주기를 관리하는 등 규제와 함께 안정적인 시장 구축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김홍목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국민 안전은 물론이고 향후 자동차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전기차 안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안전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전한 바나듐 개발도 향후 전기차 시장에는 청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중순 스탠다드에너지는 물을 전해질로 사용해 화재로부터 안전한 바나듐이온배터리를 개발했다. 특히 바나듐을 이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는 기존 이온리튬배터리보다 효율이 높고 수명도 길어 향후 전기차 시장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30년까지 연평균 30%씩 증가해 2035년경 전 세계 신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NEF도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이 전체 신차 판매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딜로이트는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내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가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국제사회와 정부에서 이산화탄소 규제를 강화한다면 전기차 보급 확대는 필연적"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