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개시 결정 … 신용등급 하락에 선제적 대응온라인 쇼핑 대세 유통시장·규제 등 대형마트 수익성 악화 지속 대형마트업계 긴장 …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실적 회복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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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플러스 강서 본사 전경 ⓒ홈플러스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소비 침체 장기화에 따른 가계의 씀씀이 부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 등과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서울회생법원은 4일 홈플러스가 신청한 회생절차에 대해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별도의 관리인 선임 없이 현재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도 유지된다. 이번 회생절차 개시 결정은 사업성과 경쟁력 등 홈플러스의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신속한 개시를 통해 조기에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결정이 내려졌다.
홈플러스는 이날 오전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자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 자금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면서 "이번 회생절차 신청은 사전 예방 차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는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 모든 영업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말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영업 활동 효율화와 주요 점포 리뉴얼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의미 있는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점포 매각과 폐점에 따른 영업 중단에도 불구하고 고정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월 31일 기준으로 부채비율 462%, 매출 7조46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부채비율은 1506% 개선되고 매출은 2.8% 증가했으나 2022년 2월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0억~2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3분기 기준으로도 적자 1571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11월 말 총차입금은 5조4620억원, 차입금 의존도는 60.3%에 달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의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전액 변제된다"며 "개시 결정 이후에 이루어지는 모든 상거래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지급결제가 이뤄지게 된다.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고 강조했다. -
- ▲ 홈플러스 매장 ⓒ홈플러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신청은 국내 유통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은 2022년 211조1123억원, 2023년 228조8670억원, 2024년 242조89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10년째 이어진 의무휴업일 등 규제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업계 성장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서 SSM(기업형슈퍼마켓)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했고 이어 편의점(4.3%), 백화점(1.5%) 증가했지만, 대형마트는 0.8% 감소하면서 역성장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 통상임금 지급 판결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며 대형마트업계 수익성도 악화됐다. 이마트는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홈플러스도 2023 회계연도에 영업손실 1994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롯데마트는 영업이익이 25.5% 감소한 65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공습도 거세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점포 축소, SSM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지만 실적 개선이 쉽지 않다"며 "이번 사건은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업체들에게도 경고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적인 유통방식에 의존하던 많은 기업들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