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본성증권 2조원 발행 … 중소형사 여력無국내 상장 보험사 11곳 중 4곳만 배당 가능업계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으로 배당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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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 한도를 소진하면서 배당 여력이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상당수 보험사가 배당을 포기해야 하는 ‘무배당 쇼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 하락과 IFRS17(새 국제회계제도) 도입 이후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본 조달이 어려운 보험사들은 배당보다 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배당 축소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자본 확충 여력이 부족한 보험사들이 건전성 비율 유지를 위해 배당을 더욱 제한할 것으로 보이며 금리 인하와 새 회계기준으로 인해 자본 조달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일부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의 배당 확대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중소형 보험사, 벌써 자본확충 소진 … "추가 발행 어려워"11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 규모는 각각 3조4000억원, 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도 2조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규모가 총 10조원에 육박한다.특히 중소형 보험사들은 킥스 비율(경과조치 후 150%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해 왔다. 보험업법상 자본성증권 차입 한도는 직전 분기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돼 있어 자본 규모가 작은 보험사나 기존에 발행한 잔액이 많은 보험사들은 추가 발행이 어려운 상황이다.현재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은 잔여 한도가 사실상 소진된 상태이며, 농협손보 역시 대부분의 한도를 사용해 추가 발행이 쉽지 않다.이러한 상황에서도 자본 확충이 필요한 보험사들은 자본성증권 발행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자본성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 명단에 현대해상, KB손보, NH농협손보, 흥국화재, 한화생명, ABL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이 포함됐다지난달 △DB손보(8000억원) △한화손보(5000억원) △메리츠화재(3000억원)가 후순위채를 발행했으며, KB손보는 2022년 이후 처음으로 6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다.이 밖에도 △흥국화재(2000억원) △농협손보(2000억원) △현대해상(8000억원) △동양생명(7000억원) △한화생명(6000억원) 등이 자본성증권 발행을 계획 중이다.보험업계의 자본성증권 발행 확대는 킥스 비율 하락과 맞물려 있다.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면서 보험사의 건전성 부담이 더욱 가중됐으며 지난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 이후,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까지 예고되면서 추가적인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보험사 재무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나 금리에 민감한 보험산업의 재무구조 특성상 하방 암력이 증대될 수 있다"며 "보완자본 발행 증가로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는데 자본의 질이 제고돼야 한다"고 말했다.◇무배당 쇼크 … 보험업계, '건전성'에 총력지난해 보험업계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보험사가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다. 킥스 비율 하락과 IFRS17 도입 이후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들은 배당보다는 자본 확충과 건전성 확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보험사 11곳(삼성생명·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흥국화재·코리안리) 중 지난해 결산에서 배당을 실시한 곳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보·코리안리 등 단 4곳에 불과했다.한화생명과 한화손보는 각각 3년, 5년 만에 재개했던 배당을 중단했고, 현대해상도 23년간 이어온 배당을 멈췄다.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흥국화재 등도 아직 배당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무배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보험사들이 배당을 줄이거나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건전성 관리 부담 증가 때문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부채가 시가 평가되면서, 보험사들은 예상보다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해야 했다. 여기에 킥스 비율 하락이 겹치면서 배당 여력이 더욱 줄어든 상황이다.생보사들의 경우, 삼성생명의 지난해 킥스 비율은 180%로 전년 대비 39%p 하락했다.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은 165%(잠정치), 교보생명은 170%(3분기 기준)로 생보업계 ‘빅3’ 모두 200%를 넘지 못했다.손보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주요 손보사 5곳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7조400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모든 손보사의 킥스 비율이 하락했다.여기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보험사들은 배당을 더욱 줄일 수밖에 없었다. IFRS17 체제에서는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이 부족할 경우 보험사는 부족액만큼 추가 적립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의 별도 적립을 요구하면서 보험사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킥스 비율이 200% 이상인 보험사는 기존 준비금의 80%, 150~200% 구간에 있는 보험사는 90%를 적립하도록 조정했다. 그러나 킥스 비율이 200% 이하로 떨어진 보험사들이 늘어나면서, 해약환급금 적립 부담은 여전히 배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배당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해약환급금 적립 부담이 가중되면서 주주환원 정책과 배치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