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수출 31.8% 감소 … 美 규제 영향 커져지난해 중국서 65조 판 삼성 … HBM 수요처 '탐색'북미 '큰 손' 찾기 … DDR5 등 메모리 회복도 변수
  •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미국의 대중국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 제재가 현실화되며 삼성전자의 마음이 급해지고 있다. 지난해 구형 HBM을 중국에 판매하며 65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이 마저 쉽지 않아서다. 삼성전자는 HBM3E, DDR5 등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월 반도체 수출은 9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 단가 하락, 낸드플래시 공정 전환으로 인한 감산 등의 영향이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HBM 수출 규제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31.8% 감소했다.

    HBM 주도권을 두고 열강의 신경전이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해외 주요 지역 중 중국에서 64조9275억원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에 비해서도 53.8% 급증한 규모다. 중국 기업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의 HBM 규제 강화에 맞서 HBM을 대량 매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HBM2, HBM2E와 같은 구형 HBM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부터는 중국 HBM 수출길이 막히며 또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큰 손인 북미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정부의 리스크에 대비하고자 북미 법인 대관 총괄을 교체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현재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3E를 납품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범용 제품에만 납품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달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첫 공식 행보로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협력을 논의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100개 이상의 HBM이 필요하고, 여기에 사용될 엔비디아 AI 칩 ‘GB200’에는 기존 제품보다 10개는 더 많은 HBM이 들어간다.

    삼성전자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 업황 개선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PC, 스마트폰 수요가 회복되면서 DDR5의 현물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고성능 PC용 DDR5 16Gb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월 3.80달러로 전월 대비 1.3%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에도 투자에 집중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APEX(시설투자)에 54조원, R&D(연구개발)에 35조원을 각각 지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투자 규모는 1~23% 증가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상황은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디램 가격 반등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며 1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은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