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패널 매입액, 삼성 7.5조·LG 4.8조LCD 사업 접은 韓 … 中 가격 압박에 노출 LGD, 中 공장 매각 … 올해 매입액 더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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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모델이 2025년형 AI TV 신제품 'Neo QLED 8K'를 시청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매입에 12조원이 넘는 달하는 금액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LCD 사업을 모두 철수한 만큼 향후 중국업체로의 의존도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18일 LG전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CD 모듈 매입액은 4조839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4조3275억원 대비 11.9% 증가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HE사업부에서 3조9539억원, BS사업부에서 8860억원을 지출했다. LG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영업이익이 3조4197억원인점을 감안하면 LCD 모듈 매입에만 1년 치 영업이익 이상을 쓰고 있는 셈이다.삼성전자는 지난해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으로 7조5825억원을 사용했다. 주요 매입처가 LCD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중국 CSOT, 대만 AUO인 점을 보면 매입액 대부분이 LCD 패널 매입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직전년 디스플레이 패널 매입액 5조8624억원 대비 29.3% 늘어난 수준이다.지난해 중국 업체들로부터 수입하는 LCD 패널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이들이 가격을 올린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지난해 9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 LCD 공장을 중국 CSOT에 매각하며 국내 LCD 생산 기지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보다 앞선 2020년 중국 쑤저우 공장을 CSOT에 매각했고, 2022년 LCD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양사는 저가 LCD를 내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더욱 심화하면서 LCD 사업의 중단을 결정했다.문제는 국내 LCD 공급망이 사라지며 가격 결정권이 중국 기업들에 넘어갔다는 점이다. LCD 패널 가격은 현재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고공행진하고 있다. TV 수요 회복은 부진한 가운데 패널 제조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이를 빌미로 협상을 통해 가격 인상을 위한 압박 수위를 올리면서 전체 가격을 억지로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실제 지난해 삼성전자의 TV·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패널은 직전년 대비 약 11% 상승했으며, LG전자의 LCD TV 모듈 매입 비용 또한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업계에서는 올해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패널 매입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마지막 LCD 생산 보루였던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이 매각되며 중국의 가격 결정권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불확실성,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것) 정책 시행, 견조한 초대형 LCD TV 수요 등도 가격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완성품 제조업체들은 패널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제품 출고가 산정 사이서 이중고를 겪을 수 밖에 없다. TV의 원가에서 디스플레이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 패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가격 등 이유에 따라 LCD TV 패널 대비 보급은 더딘 편이다.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만 AUO도 LCD 생산 능력은 중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국내 제조사들도 대형 LCD TV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의 LCD 매입 의존도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