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 기후 변화 맞춘 마케팅 강화패션기업들 생산·재고 조절해 이상기후 대응온라인 패션 플랫폼도 ‘빠른 여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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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 출범한 현대백화점 기후변화 TF팀인 바이어와 소속 브랜드 관계자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소재 등의 대응 전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현대백화점
4월 초 낮 최고기온이 20도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상 관측이 나오면서 패션과 백화점 업계가 이상기후에 맞춰 빠르게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작년 짧았던 한파로 겨울 제품 재고가 쌓이며 손실을 본 만큼, 올해는 선제적으로 제품 출시와 판매 전략을 조정해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기상 관측에 봄 대신 여름옷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모습이다.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패션과 백화점업계는 여름 상품 출시 및 입고 시기를 앞당기고, 시즌 마케팅 시점을 조정한다.패션업계 관계자는 “겨울 제품의 단가가 높아 F/W(가을·겨울) 시즌 매출 비중이 컸지만, 올해는 이상기후로 S/S(봄·여름) 제품 판매가 더 중요해졌다”며 “여름 티셔츠를 다량 판매해 단가 차이를 보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또다른 관계자는 “백화점의 전통적인 MD 개편 시즌이 현재의 기후 변화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입점 브랜드가 4월부터 여름 의류를 출시해도, 백화점에서는 여전히 봄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이를 조율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
- ▲ 2024년 여름에 시민들의 모습ⓒ연합뉴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수영복 등 여름 특화 팝업을 선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작년 봄부터 진행한 수영복 팝업스토어 등에서 스윔웨어 매출이 여름 성수기 대비 최대 50%p 가량 높은 점을 고려했다.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상품 운영뿐만 아니라 마케팅 일정과 상품 입고 시기를 유연하게 조정하며 협력업체와 지속 논의를 통해 기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 상반기 계절을 타지 않는 시즌리스 아이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신설한 ‘기후변화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판매 전략을 수립 중이다. TF에는 백화점 바이어뿐 아니라 입점 패션 브랜드 운영사, 패션산업 관련 단체까지 참여하는 3자 협력 구조를 구축했다. 이들은 면밀한 기온 모니터링을 기반으로 핫썸머 기획상품과 신상품 물량을 늘리고 출고 시점과 진열 기간, 신상품 입고 시점 등을 세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패션업계에서도 날씨 변화와 소비자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상품 품목을 세분화하고 소량 리오더(재발주)를 진행한다. 한섬 관계자는 "시즌별 제품 출시 시기를 유연화하고, 초기 시장 반응에 따라 생산량을 결정하는 '반응 생산' 방식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패션은 여름 상품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여름 소재의 개발에 집중하고, LF 역시 올해 S/S 시즌 물량을 늘리면서도 봄보다 여름 스타일 비중을 확대했다.신원은 올해 처음으로 니트 반팔 가디건을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니트 소재의 긴팔 가디건만 판매해 왔지만, 길어진 여름 시즌을 반영해 상품을 세분화를 통한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이랜드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마련했다. 실제로 지난 2월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쳤을 때, 봄 신상품과 함께 푸퍼 패딩을 동시 진열해 소비자 니즈에 맞춘 쇼핑 환경을 제공했다. 이랜드가 전개하는 스파오는 무리한 선발주 대신, 온·오프라인에서 테스트 판매를 진행한 후 5일 이내에 본격 판매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미쏘는 시즌리스 상품군인 셔츠와 에센셜 반팔 티셔츠 등의 판매 비중을 늘린다.신세계인터내셔날은 특히 온라인 기획 상품 비중을 늘려 제품을 탄력적으로 생산하고 재고를 관리할 예정이다. -
- ▲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는 이달 이랜드 스파오와 협업을 통해 S/S 시즌 상품을 출시했다.ⓒ지그재그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는 실제로 여름 상품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그재그에 따르면 이달 1~17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반소매 티셔츠와 셔츠 판매량은 각각 34%, 72% 증가했고, 스커트 판매량도 13% 늘었다.이에 따라 지그재그에서도 ‘빠른 여름 준비’로 분주하다. 판매자들이 예년보다 여름 상품 준비를 앞당기면서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여름 상품을 빠르게 선보이고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지그재그 관계자는 “4월부터 여름 상품 직진배송, 신상품 협업, 프로모션 등을 강화해 본격적인 여름 수요를 선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