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합성 연구 결과 "디딤돌소득 전국 확대에 13兆~36.6兆 재정 추가 소요""36개 복지제도 통합·연계 시 효과 극대화 … 선순환 안전망 구축"기본소득은 근로의욕 감퇴 효과 논란 … 핀란드 등 도입 실패 사례로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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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소득과 디딤돌소득 비교.ⓒ서울시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기본소득'은 50조 원 이상이 들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의 소득보장 복지실험인 '디딤돌소득(옛 안심소득)'은 36조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기본소득은 도입 시 효과를 두고 부정적 견해와 논란이 적잖은 반면 세계적인 석학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 디딤돌소득은 현행 복지제도와 통합·연계할 경우 효율적인 복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서울시는 24일 디딤돌소득의 전국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합성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연구에 착수한지 1년여 만이다.디딤돌소득은 기준중위소득 85% 이하(재산 3억2600만 원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기준소득보다 부족한 가계소득 일정분을 채워주는 제도다.연구팀은 정책대상을 현행 복지 기준인 기준중위소득 32% 이하 빈곤층에 비해 소득수준은 약간 높지만, 빈곤 위험과 불안도가 높은 대상까지 확대해 선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국 확산 모델을 △빈곤고위험층(기준중위소득 65% 이하) △빈곤위험층( 기준중위소득 75% 이하) △저소득불안층(기준중위소득 85% 이하)으로 나눠 필요한 예산과 효과를 분석했다.먼저 기준중위소득 65% 이하 '빈곤고위험층' 대상 모델은 현행 생계급여와 유사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하면서도 부양의무자 기준, 근로 무능력 입증, 재산의 소득환산 등 복잡한 절차와 엄격한 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행 생계급여는 소득 발생 시 자격이 박탈되나 디딤돌소득은 기준중위소득 65%와 가구소득 간 차액의 50%를 지원해 보장대상이 넓다. 이 모델 적용 시 전국 총 2207만 가구의 27%쯤인 594만 가구가 디딤돌소득을 받을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자활급여, 국민취업지원제도 등 10개 제도에 대한 통합이 필요하다고 봤다. 13조 원쯤의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두 번째 모델은 기준중위소득 75% 이하 '빈곤위험층'까지 포괄하는 방안이다. 실직, 폐업 등 특정 위기 상황에 일시적으로 지원하는 현행방식과 달리 빈곤에 준하는 생활을 하는 계층을 보호하는 모델이다. 이 모델 적용 시 전국 가구의 30%쯤인 653만 가구가 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됐다. 23조9000억 원의 재원이 추가로 소요된다.세 번째 모델은 현행 시범사업과 같이 기준중위소득 85% 이하 '저소득 불안층'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지원받는 포용적 모델이다. 기존 사회보장제도에서 배제됐으나 급격한 소득변화 등으로 경제적 불안도가 높은 계층까지 지원한다. 이 모델 적용 시 소득하락에 대한 불안이 해소돼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자기실현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장 수준이 기준중위소득 42.5%(2024년 1인 가구 기준 월 최대 95만 원)까지 확대돼 36조6000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
- ▲ 현행 복지제도와 디딤돌소득 비교.ⓒ서울시
연구팀은 기존 복지제도와 현금성 급여를 효율적으로 통합·연계해 복잡한 소득보장체계를 정비하고, 단계별로 확대 시용하면 더욱 촘촘한 복지안전망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디딤돌소득으로 노후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면 취약계층에 대한 견고한 대안적 복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했다.오 시장은 "우리 사회에는 돌봄의 손길이 미처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며 "빈곤해지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해지기 전 선제적으로 지원해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제도는) 신청주의의 한계, 까다로운 절차, 사후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디딤돌소득 전국화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자립 의지를 북돋울 것"이라고 강조했다.또한 이 대표의 기본소득과 비교해선 "(이 대표의) 대선 당시 공약대로면 50조 원이 넘게 든다"면서 "디딤돌소득으로 하면 감당 가능한 재원을 쓰면서 저소득층 근로 의욕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이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때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씩 기본소득을 주자고 주장했다. 이 경우 연간 52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디딤돌소득보다 15조 원 이상 더 소요된다.당시 이 후보는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등 이른바 '기본 시리즈'를 언급하며 재원 마련 방안으로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토보유세 도입은 증세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국토보유세 도입 시 기업의 세금 부담은 5배 이상 늘어나고, 서울에 집을 보유한 시민 60%가 기본소득보다 많은 보유세를 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며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도 제기됐다.기본소득은 그 효과를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핀란드와 캐나다의 정책 도입 실패가 대표적인 사례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2년간 2000명에게 매달 560유로(76만 원쯤)를,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7년 4월부터 1년간 만18~64세 저소득층 4000명에게 매달 1415캐나다달러(125만 원쯤)를 주는 등 기본소득을 실험했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적잖았다.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무런 대가 없이 돈을 받다 보니 기본소득이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낮추면서 고용 효과는 미미하게 나타났다. 반면 사람들이 꺼리지만 꼭 필요한 배관공, 청소부 등의 직종에서 구인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는 커졌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정 부분 근로 의욕을 낮추는 것처럼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반면 디딤돌소득은 소득 기준을 초과해도 수급 자격이 유지되고, 일할수록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연구팀은 취업지원, 교육훈련 등 고용서비스와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앞서 세계적인 석학들도 전 국민에게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보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의 디딤돌소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지난 2023년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서 "통계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국은 선별 지원이 더 좋다"며 "내가 했어도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데이비드 그러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난해 열린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이 과학적·체계적으로 진행돼 이 제도를 확대·적용해 잘 평가하면 모범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