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짬짜미' 부당대출 규모 240억→880억으로 증가퇴직직원 1명, 배우자‧동기 공모 7년간 785억 부당대출작년 8월 제보 받아 조사했지만, 허위·축소·지연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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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불거진 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사건이 당초 공시된 240억원보다 훨씬 큰 880억원으로 드러났다. 기업은행은 이 같은 부당대출 혐의를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은폐해 금융당국의 검사를 방해한 것으로 확인됐다.연루된 임직원에는 부행장급 이상 고위 임원도 포함됐다. 기은에서 전방위적으로 임직원과 결탁한 부당대출이 만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금융당국에서도 이번 사태를 온정주의에서 비롯된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로 꼽은 만큼 향후 엄중 제재가 예상된다.금융감독원은 25일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를 발표하고, 기업은행이 부당대출을 2024년 하반기에 인지하고도 허위·축소 보고하고, 자체 조사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앞서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총 882억원 규모 부당대출을 확인했다. 이중 퇴직직원 한 명이 배우자, 입행 동기 등과 공모한 부당대출을 785억원이나 일으켰으며, 또 다른 7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등도 적발됐다.◇기업은행, 알고도 축소 … 부당대출 관련 자료도 삭제금감원은 기업은행 내부 조사 부서가 이 같은 사실을 지난해 하반기에 인지하고도 허위·축소 보고하고, 자체 조사 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검사를 방해한 사실을 확인했다.기업은행 내 부당거래를 적발, 조치할 책임이 있는 A‧B부서는 2024년 8월 퇴직직원 G씨와 입행 동기 등 관련 비위행위(부당대출‧금품수수) 제보를 받고 2024년 9~10월 중 자체 조사를 통해 금융사고를 인지했다. 그러나 A부서는 임직원의 금품수수 등 혐의 조사 내용을 B부서에 전달하지 않아 금감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또 B부서는 2024년 11월 14일 ‘K지점 여신 관련 검사방안 등 검토결과’라는 별도 문건을 마련해 사고의 은폐‧축소를 시도했다.금감원 관계자는 “다수 지점이 연루돼 동시감사가 원칙인데도 이 문건을 통해 다수 사고 간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순차적 분할감사를 실시하고 각 감사대상의 감사배경을 상이하게 기재하면서 사고를 축소·은폐했다”고 지적했다.B부서는 지난해 12월 해당 문건 내용을 실제 실행한 후 12월 26일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 축소, 지연 보고했다.기업은행은 G씨가 전직 은행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지인 A씨'로 표기했고, 사고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사고들을 마치 개별적인 사고처럼 보고서를 작성했다.게다가 금감원 검사가 본격화되자, 271건의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는 등 조직적으로 금감원 검사를 방해했다.금감원 검사 결과 올해 2월 말 기준 기업은행 부당대출 총 882억원의 대출잔액은 535억원으로 이중 95억원(17.8%)이 부실화돼 회수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번 부당대출 적발 이후 대출 돌려막기 등이 어려워짐에 따라 향후 부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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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미작동, 온정주의 팽배 … 이해상충 방지 가이드라인 생긴다이번 대규모 부당대출 사태에서 기업은행의 내부통제는 유명무실했다.기업은행임직원 행동강령 제8조에 따르면 본인, 4촌 이내의 친족, 본인 또는 가족이 주식‧지분‧자본금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단체 등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 관련 여신거래를 준법감시인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여신거래 신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은행이 명확하게 이해관계 거래에 대한 기준, 관리절차를 마련해야 하는데 대부분 윤리규정 등 선언적으로만 규정해 구체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이어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데 당사자의 자발적인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으며, 규정 위반 시 엄정한 사후 대응이 뒤따라야 함에도 금융사 이미지 저하를 우려해 사고를 축소하고 온정주의적으로 대처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확인된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이 수석부원장은 “검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록 삭제 정황과 관련자 간의 대화 등을 볼 때 이는 형법이나 관련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조직적인 정황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제재 등의 과정을 거쳐 혐의가 확정될 것”이라고 했다.금감원은 이해 상충 방지 등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고 업계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이 수석부원장은 "내부통제 문제가 금융권 리스크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게 확인된 이상 경영실태평가에서도 재무 건전성 뿐 아니라 내부통제, 조직문화를 엄격하게 반영할 예정"이라며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리를 잘 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를 구분해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확실하게 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