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 격화에 원화 가치 급락 … 환율 1470원 근접수입 식품·화장품 업계 원가 비상 … 판매가 인상 압박기업 환차손 확대 우려 … 구조조정 공포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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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뉴데일리DB
원·달러 환율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폭으로 급등하며 유통업계를 비롯한 수입 의존 업종에 비상이 걸렸다. 미·중 관세 갈등 심화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업들 사이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1원 오른 1469.9원을 기록했다. 전날에는 5년 만에 최대폭인 33.7원이 급등하며 1467.8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장중 1471.0원까지 오르는 등 146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급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응해 중국이 맞불 관세를 예고하면서 글로벌 무역 분쟁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34% 관세 부과에 맞서 이달 10일부터 동일한 34% 관세를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기로 했다.
문제는 환율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이지만 대미 관세 협상 지연과 경기 부양책 부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초중반대에서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원가 상승은 물론 판매가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식품업계는 주요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환율 변동에 취약하다. 일례로 환율이 오르면 원맥, 원당 등 가격이 함께 오른다. CJ제일제당만 보더라도 지난해 원당 매입에 8605억원, 원맥 매입에 3112억원을 지출했다. 대두와 옥수수 매입 비용도 각각 9105억원, 7881억원 달했다.
수출 호조를 누리던 화장품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팜유, 글리세린 등 주요 화장품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환율 급등이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업계는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지만 수입품 가격 인상 가능성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캐나다산 활랍스터 등 일부 수입 품목은 이미 고환율 영향으로 수입 단가가 전년 대비 10%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고점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내부 흡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나지만 이를 소비자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 수익성 악화를 넘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환율 리스크 분석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환차손익 비중은 영업이익 대비 최대 25%에 달하며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 환차손은 약 0.36%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 침체와 소비 부진에 환율 충격까지 겹치면서 추가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와 명품 플랫폼 발란이 이미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저가 공세까지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영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차손은 기업의 현금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100만원 들어오던 돈이 90만원으로 줄어들면 인건비와 재료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 제품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는 투자 축소로 이어져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대기업은 유보금으로 버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바로 타격을 입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