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發 금융사고 5년간 428억원…횡령 피해 가장 커'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사각지대…지난해 임직원 138명 제재구조적 한계 해소 위해 금융당국 직접 감독 필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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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경제의 버팀목이던 새마을금고가 설립 이래 최대 손실을 기록하며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맞물린 연쇄적인 부실 조짐은 개별 금고를 넘어 지역 금융의 신뢰 기반을 위협하는 뇌관이 될 전망이다. 합병으로 부실을 덮으려 했지만 적자는 커졌고, 일부 금고에서는 뱅크런 조짐까지 나타났다. 부동산 편중 대출, 관리·감독 부실, 내부통제 실패라는 삼중고 속에서 새마을금고의 근본적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준은 아니지만, 지역경제와 서민금융에 미칠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지역 소상공인과 서민의 금융 창구 역할을 해온 새마을금고의 위기를 둘러싼 본질을 짚고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새마을금고가 반복되는 금융사고와 부실 대출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내부통제 실패로 시스템 위기에 놓였다. 최근 5년간 사고 피해 규모만 428억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전체 금고의 22.5%가 경영개선 조치 대상에 오를 정도로 건전성이 급격히 흔들렸다.정부는 지배구조 개편과 감독 강화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의 직접 개입 없이 내부통제와 실효성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합병이 아닌, 금융당국 이관을 통한 구조적 개혁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내부 통제 외쳤지만 … 잊을만 하면 터지는 금융사고새마을금고가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출 과정에서의 위법 행위부터 조직 내부의 도덕적 해이까지, 각종 사건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사기·불법·편법 대출은 물론, 특혜성 대출과 대포통장 개설, 횡령, 전임 회장의 억대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사례가 줄줄이 터졌다. 모두 새마을금고에서 실제 발생한 일들이다.30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저지른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 규모는 총 428억원에 이른다. 이 중 횡령은 52건, 271억7700만원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배임은 8건(86억1300만원), 사기 6건(68억7300만원), 수재 2건(1억9900만원) 등이다.실적도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전국 1276개 금고의 순손실은 1조7382억원으로 2022년 860억원 흑자에서 1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이는 1963년 새마을금고 창립 이래 최대 손실 규모다.건전성 지표도 급격히 나빠졌다. 연체율은 2022년 5.07%에서 지난해 6.81%로 1.74%포인트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5.55%에서 9.25%로 3.70%포인트 치솟았다.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이달 1일부터 예금보험공사,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새마을금고 대상 정부 합동감사에 착수했다. 고의성이 있거나 사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은 행안부·예보·금감원·새마을금고중앙회로 구성된 ‘제재심사협의회’에서 징계 회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비영리 협동조합이면서 실질적으로 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내부 감사와 대출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해 투명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실효성 '의문' … 근본적인 구조는 '그대로'새마을금고는 상호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는다. 금융기관 역할을 하면서도 금융위나 금감원의 건전성 검사는 받지 않는다. 법적 리스크 관리 의무도 없다. 금융기관의 책임을 규정한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고 불리는 책무구조도 제출 대상에서 빠져 있다.구조적 한계는 수치로 드러난다. 지난해 1276개 금고 중 287곳(22.5%)이 경영개선 조치를 받았다. 2년 전(54곳)과 비교해 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부동산 PF 부실 여파 이후 건전성 악화가 가속화된 결과다.공시 시스템에도 허점이 있었다. 단위 금고별 실적은 수시공시됐는데 공개 기간이 최대 1년에 불과해, 경영 위험 정보를 장기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중앙회는 오는 8월부터 전국 금고의 경영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정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정부는 2023년 7월 이른바 '뱅크런' 사태와 부실 대출 등으로 잇단 잡음이 끊이지 않자 새마을금고 지배구조 개혁과 건전성 강화, 금고 경영구조 합리화 등을 골자로 한 경영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행안부는 이 같은 제도개편과 직선제 도입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금융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실제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020년 21건, 2021년 7건, 2022년 10건, 2023년 10건이었으며, 2024년에는 19건으로 다시 증가했다.제재 조치도 늘고 있다. 중앙회가 개별 금고에 부과한 제재 공시 건수는 2023년 73건에서 지난해 92건으로 27% 증가했고, 징계를 받은 임직원 수는 2020년 71명에서 지난해 138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새마을금고중앙회 관계자는 "각종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일정 자산규모 이상 금고를 대상으로 매년 외부회계감사 실시를 의무화했다"며 "회원과 이용 고객의 자산 보호를 위해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해법은 '이관' … "금융당국 소관으로 변경돼야"단순한 금고 합병이나 내부 제재 강화만으로는 반복되는 부실을 끊기 어렵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려면 감독 체계 자체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국회에서는 새마을금고 감독 권한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하는 입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준비 중이며, 윤준병·유동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개정안은 새마을금고의 신용·공제사업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직접 감독하고, 금융감독원이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행안부 관할 체계에 금융당국의 전문성과 권한을 덧붙여 건전성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이다.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실 금고를 합병해도 재무제표만 희석될 뿐, 실질적인 건전성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며 “타 상호금융권에 비해 구조조정 효과도 크지 않다”고 꼬집었다.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먼저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감시 기능과 통제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이후 중앙회의 감독체계를 전체적으로 지휘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게 필요하다”.이어 "이관은 과거에 비해 비대해진 새마을금고에 대한 사회적 요구이기 때문에 결국 지휘 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