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지역화폐 대량 발행해 지급하면 농촌인구 늘어나" 주장매년 100조 안팎 재정적자 속 현금성 공약에 재정악화 우려농어촌 기본소득 현실화 시 연 발행 규모 최대 5조원대 전망전문가 "인기영합적 표퓰리즘 … 사회 양극화 심화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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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부터 아돌프 히틀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독일 연방 문서보관소, 뉴시스, 뉴데일리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농어촌 기본소득를 또다시 띄웠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재량권을 늘려 인구소멸 지역 주민에게 지역화폐로 월 15만~20만원씩 지급해 인구 감소를 막겠다는 구상이다. 이 후보는 이를 통해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나, 사실상 현금성 공약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가속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7일 전북 진안군을 찾아 농어촌 기본소득 도입을 공약했다. 이 후보는 "지역 재량 예산을 늘려 지역화폐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농어촌 기본소득도 지급하면 농촌인구가 늘 것"이라고 했다.이어 "도와 중앙정부가 조금씩 지원해 1인당 월 15만~2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된다"며 "지자체 자율권이 적어 예산 용도가 제한되는 건 있지만 이제 그걸 정부에서 풀어주면 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경기지사 시절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서 추진했던 농촌 기본소득 사업을 언급했다. 그는 "도비 전액으로 1인당 15만원씩 농촌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했더니 동네에 미장원이 새로 생겼다"며 "동네 인구가 계속 줄다가 인구가 늘었고 예산도 약 60원 정도밖에 안 들었다"고 했다.하지만 이 후보가 예시로 든 청산면은 농촌 기본소득 지급에도 지역 소멸 흐름을 멈춰세우지 못했다. 사실상 정책 효과는 기대에 못 미쳤던 셈이다.경기도는 도내 농촌지역 인구소멸 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청산면을 대상으로 농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2022년 3월부터 주민 모두에게 1인당 매달 15만원, 연 18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정책 목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기준 청산면 인구는 4037명으로 사업 첫 해인 2022년 12월 4217명보다 오히려 4.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천군 전체 인구감소율(2.46%)보다도 높다. 이 후보 주장과는 달리 기본소득이 인구 증가를 견인하기는 커녕 인구 감소 추이가 지속된 셈으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농어촌 기본소득을 두고 퍼주기 지적도 잇따른다. 이를 두고 이 후보는 "이게 왜 퍼주기냐.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라며 "자기들이 도둑질하고 훔쳐 먹는 데 쓰면서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아까워한다"고 날을 세웠다. -
- ▲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기도
'현금성 복지'인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더욱이 국가재정은 농어촌 기본소득과 같은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을 감당하기에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 펑크 여파로 나라살림 적자 규모가 105조원에 달하는 등 코로나19 이후 매년 100조원 안팎의 재정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농가와 어가의 인구는 각각 200만4000명, 8만4000명으로 이 후보의 농어촌 기본소득이 현실화하면 연간 최대 5조1112억원을 지역화폐로 발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대상을 좁혀도 지급 대상만 116만5000명에 달할 전망이다.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농촌 기본소득의 경우 청산면에 있는 주민 모두에게 줘 가장 기본소득에 가까운 사업이나 재원 문재와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도 "기본소득은 헬리콥터 위에서 돈을 뿌리는 것보다 나쁘다"고 평가했다.실제 농어촌 기본소득처럼 정부가 민간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이전지출의 성장 유발 효과도 크지 않다. 한국은행이 2020년 발표한 '거시계량모형(BOK20) 구축 결과'에 따르면 정부 재정승수는 대부분 1을 밑돌았고 이전지출 재정승수가 0.2로 가장 낮았다.재정승수는 정부 재정지출이 1단위로 증가할 때 GDP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이전지출 재정승수 0.2라는 것은 정부가 민간에 1조원을 지급해도 GDP는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투입한 예산만큼도 못 건진다는 의미다.국민의힘에서도 포퓰리즘 정책을 비롯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대법관수를 30명 늘리는 법안 등을 발의한 민주당의 행보를 두고 거센 비판이 이어진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차베스식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더니 이제는 대법원을 장악하려는 독재적 발상까지 베끼고 있다"며 "국가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에 국가 남미화를 획책하는 퇴행적 수구세력"이라고 강하게 규탄했다.포퓰리즘 정책을 두고도 권 원내대표는 "정치는 히틀러처럼, 경제는 차베스처럼. 이게 바로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며 "미래 세대를 빚쟁이로 만든다는 심보인데, 자식의 밥그릇을 빼앗아 배 채우는 부모와 무엇이 다르냐. 그야말로 패륜 정치"라는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막대한 보조금을 남발하고 재정을 무상 복지 정책에 쏟아 붓던 이들 국가는 물가와 실업률이 빠르게 치솟으며 재정 위기에 시달리는 파국을 맞았다. 세계적 자원강국이었지만 베네수엘라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로 경제가 파탄 상태에 빠졌고 아르헨티나는 국가 부도만 9번 겪을 정도로 몰락했다. 이는 모두 나랏돈을 펑펑 쓰다 초래한 결과다.전문가들도 농어촌 기본소득에 대해 형평성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를 제기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농어촌 기본소득 필요 재원 확보를 위한 채권 발행과 적자 재정 운영으로 재정건정성이 악화돼 정작 필요한 균형 예산을 집행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관점이나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 없이 일단 표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인기영합적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이어 "기본소득은 말 그대로 평등의 가치 때문에 자원을 n분의 1로 쪼개는 경우가 많아, 효율적 자원 분배를 저해한다"며 "예산이 집중 투입돼야 할 곳에 충분히 지원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져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고 국민적 합의 없이 진행되면 형평성 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