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주총서 유상증자·CB 한도 대폭 늘려 태양광 에너지 기업으로 재포지셔닝 LS전선 "자진 상장폐지 계획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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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S전선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 ⓒLS전선
가온전선의 주가가 한달 새 80% 가까이 올랐다. LS전선이 지난달 23일 자회사 가온전선 주식을 추가 매입하겠다고 밝힌 뒤 상승세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LS전선은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밝히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유상증자 대비와 그룹 차원의 구조 재편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은 오는 9월까지 가온전선 주식 700억원 규모를 장내에서 매입할 계획이다. 현재 LS전선의 가온전선 보유 지분율은 81.62%로, 매입이 마무리되면 90%를 넘길 전망이다.가온전선 주가는 이날 기준 6만2000원으로, 추가 매입 공시 전인 4월 9일 종가(3만4400원) 대비 약 80% 상승했다.이에 일각에서는 LS전선이 가온전선의 지분을 95%까지 끌어올려 자발적 상장폐지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LS전선은 "상장폐지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태양광 에너지 기업으로 재포지셔닝시장에서는 LS전선의 이러한 지분매입 배경으로 가온전선의 정관변경을 주목하고 있다. 가온전선이 향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에너지 플랫폼'으로 재포지셔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가온전선은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총 7건의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조항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한도의 확대다. 기존 자본금의 33%였던 신주 발행 한도를 50%까지 넓히면서,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 가능성을 열어뒀다.이와 함께 신주의 배당기산일 관련 조항도 개정됐다. 개정 전에는 신주가 직전 연말에 발행된 것으로 간주해 배당권을 부여했지만, 개정 후에는 신주도 기존 주식과 동일하게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또 배당기준일도 기존 회계연도 말일 기준에서 이사회 판단으로 '2주 전 공고 의무'로 변경했다. 배당절차와 기준을 유연하게 정비해 신규 투자자금 조달 수단도 대폭 확장됐다. 전환사채(CB) 발행 한도는 기존 500억원에서 10배 늘어난 5000억원으로 상향됐고, 행사 시 발행 가능한 주식 규모도 보통주 3000억원, 무의결권 우선주 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또 신주인수권부사채(BW) 한도는 2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무려 25배 키웠다.사업 목적에는 '태양광 발전업', '해상풍력 및 에너지 관련 사업'을 추가해 신재생에너지 진출의 정관상 근거도 마련됐다.◆ 가온전선, 유상증자 대비 준비 '착착'가온전선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LS전선의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희석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지분을 매입했을 가능성도 있다. 제 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외부 자금 유입이 늘어나는 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된다.LS전선이 가온전선 지분을 현물 출자 방식의 기업인수합병(M&A)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LS전선은 앞서 현물출자 방식으로 가온전선 지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전선 소재 기업 지앤피(GNP) 지분을 가온전선에 현물출자하고, 대가로 신주를 받아 지분율을 62.67%까지 끌어올렸다.이후 미국 배전케이블 생산법인인 LSC US 지분도 가온전선에 현물출자하면서, 양 사를 중심으로 그룹의 에너지 인프라 자산을 통합하는 작업을 마쳤다.이러한 흐름은 LS전선이 현금 유출 없이 계열사 구조를 정비하고, 가온전선을 그룹의 신재생에너지 플랫폼으로 재포지셔닝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상장사인 가온전선을 통해 그룹 자산 가치를 시장에 드러내고, 향후 LS전선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경우 밸류에이션 기반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LS전선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가온전선의 현재 주식 가격이 낮다고 보고 미래가치를 위해 사두는 것"이라면서 "추가 지분 매입은 주주가치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