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전사체학' 기반 심장조직 내 유전자 반응 정밀 분석심근병증 환자 맞춤 치료 시대 열릴 듯 … 유럽심장학회지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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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부전의 주요 원인인 심근병증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심근병증은 심장근육이 약해지거나 비대해지며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심하면 심장이식이 필요하거나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기능 저하에 따른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에 그쳤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이 심근병증의 조직 손상 양상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시각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제 개발의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IF 38.1)에 최근 게재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상언 교수와 병리과 황희상 교수팀은 심근병증 환자 37명과 대조군 7명의 심장 조직을 분석해, 조직 내 특정 위치에서 어떤 유전자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공간 전사체학(spatial transcriptomics)' 기법을 활용했다. 총 1만2800개의 유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규모 분석을 시행해, 심근병증 발병과 진행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정밀하게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유전자 분석법이 간과했던 세포별, 위치별 차이를 반영해 심근병증의 복잡한 병태생리를 정량적으로 밝혀낸 첫 사례다. 특히 심장 기능이 비교적 유지되는 초기 보상기와 기능 저하가 심해지는 말기 비보상기에서 상반되게 조절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UCHL1, ACKR1, PLVAP, CCL14 등의 유전자는 물론, 기존에 관련성이 알려지지 않았던 TAX1BP3, PFKFB2, CRIP3 등도 새롭게 규명됐다.

    연구팀은 손상된 심장 조직에서는 단백질 분해와 관련된 유전자가 증가하고, 섬유화가 진행되는 부위에서는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 특수 세포들이 활발하게 작동하는 양상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심근병증이 단일한 형태의 질환이 아닌, 병기나 손상 양상에 따라 유전자 수준에서도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연구팀은 누구나 데이터를 열람하고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 전사체 기반 심근병증 빅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향후 글로벌 공동연구 및 표적 치료제 개발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황희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근병증을 세포별, 부위별로 정밀 분석한 세계 최초의 공간 전사체 기반 연구"라며 "정밀진단과 맞춤형 치료제를 위한 핵심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언 교수는 "그간 심근병증은 심장 기능 저하로 인한 공통 생리반응에 초점을 맞춰 치료해왔다"며 "병의 원인 자체를 표적하는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연 것으로, 향후 치료 패러다임 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육성 연구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