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적자폭·손해율 감소세에도 … 비급여 누수는 여전영양제·도수치료 등 항목서 빠져나간 보험금 5.4조원정국 상황에 개편 동력 약해질라 … 당국 "차질없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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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에서 약 1조6000억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폭은 전년 대비 다소 줄었지만 과잉으로 지목받는 비급여 항목에서 보험금 누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본인부담률을 높이고 보장한도를 줄이는 5세대 실손개편안을 연말 내놓을 예정으로, 정국 변수에 따라 추진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2024년 실손의료보험 사업실적(잠정)'을 보면 지난해 실손의료보험 손익은 1조6200억원으로 적자로 나타났다. 다만 적자 규모는 전년(1조9700억원) 대비 3500억원(17.8%) 감소했다.

    또 지난해 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99.3%로 전년(103.4%) 대비 4.1%p 감소했다. 다만 통상 85%인 손익분기 경과손해율을 여전히 크게 웃돈 수준이었다.

    비급여 항목으로 인한 지급보험금은 여전히 증가세였다. 지난해 실손 지급보험금은 15조2000억원으로 이중 급여(본인부담분)가 41.6%(6조3000억원), 비급여가 58.4%(8조9000억원)를 차지했다. 

    지난해 지급보험금은 전년 대비 8.1%(1조1421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급여와 비급여는 각각 7.7%(4526억원), 8.4%(6894억원) 늘었다.

    주요 치료항목을 살펴보면 영양제와 같은 비급여주사제와 근골격계 질환(도수치료 등)의 보험금이 각각 2조8000억원, 2조6000억원으로 전체 지급보험금의 35.8%를 차지했다. 이는 암 치료 관련 실손보험금(1조6000억원) 등 다른 치료 보험금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다.

    이 외에도 무릎줄기세포주사, 전립선결찰술 등 신의료기술과 관련된 비급여 치료가 각각 40,7% 29.1% 증가했다.

    의료기관종별로 살펴보면 한방병원·한의원 지급보험금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4월 한방첩약 급여 인정범위 확대 등의 영향으로 한방병원 지급보험금은 16.1% 한의원은 28.6% 증가했다.

    세대별로도 비급여 보험금의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실손계약 1건당 연간 지급된 비급여 보험금(평균)의 경우 1세대가 40만원으로, 3세대(18만2000원)와 4세대(13만6000원)의 약 2~3배 수준에 달했다.

    이는 실손보험에 관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에 따라 불필요한 과잉 비급여 등의 이용이 감소해온 점을 시사한다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금감원은 "실손보험의 실적 및 손해율은 개선됐으나 이는 보험금 누수방지 등에 따른 것이 아닌 보험료 인상 등에 주로 기인한다"며 "특히 병·의원급을 중심으로 비급여주사제·도수치료 등 특정 비급여 항목으로 보험금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실손 개편을 위한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보험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업계 관계자는 "정책 개혁은 정권 교체 여부와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도 "실손 개혁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한편 이행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할 예정"이라며 "민·관 합동 TF(태스크포스) 운영 등을 통해 제반 사항을 일정에 맞춰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은 "개혁 추진을 계기로 보험금 지급심사 과정에서 무리한 심사·과도한 서류 요구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독하고 새로운 상품출시를 앞두고 절판 마케팅·끼워팔기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영업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