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 촬영 과잉 논란? 아동병원엔 정작 CT조차 없다

소아 CT '과잉 촬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CT 장비가 없어 응급진료에 어려움을 겪는 소아청소년병원의 현실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는 "CT 과잉 사용 문제에 공감하지만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는 소아병원에 CT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13일 밝혔다.

협회는 "일선 소아병원들은 CT 장비 없이 응급환자를 마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골든타임 내 검사가 필요한 환자에게 제때 진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소아 응급환자의 상급의료기관 전원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전원이 이루어져도 수 시간씩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초음파나 단순 엑스레이(X-ray)만으로는 충수염, 장중첩증, 장회전 이상 등 복부의 구조적 이상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경우 CT 촬영이 필수적이지만, 전국 120여 개 소아청소년병원 대부분은 성인병원 중심의 규제 구조 속에서 CT 장비를 설치하거나 운용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소청병협은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가 불필요한 CT 검사를 줄이고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한 점,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CT 과잉 사용 문제를 지적한 것은 모두 타당한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시급한 문제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조차 CT 검사가 제공되지 못하는 제도적 모순"이라고 짚었다.

최용재 회장은 "CT가 있어야 살릴 수 있는 환자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장비가 없어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어 "문제는 장비 유무 자체보다, 필요한 병원에서는 CT 사용이 제한되고 불필요한 곳에서는 과잉 사용되는 비정상적인 제도 구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