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 1분기 순익 1조3447억원…전년比 11% 증가국내외 증시 부진에 NH·삼성·KB증권은 역성장 증권가, 증권업종 우호적 평가 지속…관세 무풍지대·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
-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올해 1분기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주춤한 모습이다. 빅5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고는 역성장 흐름을 보였다. 다만 증권가에선 증권업종이 관세전쟁에서 자유롭고, 주요 대선 후보들의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른 투심 개선 등 2분기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에 주목하며 증권주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기자본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KB증권)는 올해 1분기 1조34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1조2149억원) 대비 10.68% 증가한 수치다.합산 순이익은 늘었지만 개별 증권사로 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만 1년 전보다 성장했다.당기순이익 1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올해 1분기 4482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전년(3687억원) 대비 21.57% 증가한 수치다.전 사업 부문이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채권·발행어음의 운용수익 증가가 부각된다. 우호적인 시장금리 상황 속에서 채권 운용 수익이 성장하면서 이번 분기 운용 수익은 4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1979억원 대비 121% 증가했다.자산관리(WM) 부문에선 글로벌 사업 확대에 힘입어 금융상품과 서비스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에 개인고객 금융상품 잔고를 3개월 만에 약 4조5000억원 늘렸다.그간 부동산 리스크로 발목 잡혔던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실적 회복이 단연 돋보였다. 이 회사의 1분기 당기순익은 2582억원으로 전년(1687억원) 대비 53.10% 급증했다.미국·홍콩 등 해외법인에서 1400%에 달하는 실적 성장을 기록했다.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과 연금 잔고 확대로 위탁매매·자산관리(WM) 전 부문에서 10% 이상 성장했다. 트레이딩 부문 역시 해외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이익이 나오면서 900억원 손익을 거뒀다.빅5 증권사 중 이들 투톱을 제외한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은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NH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순익은 20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0% 줄었다.해외주식 약정 및 관련 수수료 수익은 경쟁 심화와 시장 축소의 영향이다. 해외주식 수수료수익이 해외주식 경쟁 심화 및 시장 축소로 전분기대비 7.8%나 감소해 404억원을 기록했다. IB 수수료 수익 증가에도 비시장성 자산 평가손익은 감소하면서 전체 IB 관련 수익은 1421억원으로 32.7% 감소했다.삼성증권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24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주식 수수료 수익은 805억원으로 16.4% 증가했지만 해외주식은 거래대금이 7.2% 줄어들면서 수수료 수익이 8.9% 감소했다.
KB증권의 올 1분기 당기순익도 1년 전보다 8.6% 하락한 18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증시 부진으로 인한 유가증권 평가손익 축소 및 위탁매매 수익 감소 등이 영향을 미쳤다. 주식발행시장(ECM)부문 발행이 위축되면서 IB 부문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1분기 IB 영업수익은 10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증권업종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증권주은 관세 영향에서 자유로운데다 향후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이달 관세 리스크에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지만 증권주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KRX 증권지수'가 지난 한 달간 30.68% 급등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 주요 증권사 주가는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를 줄줄이 경신하고 있다.
대체거래소(ATS) 출범 등으로 지난해 부진했던 거래대금이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증권주의 양호한 실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넥스트레이드 도입에 따른 거래대금 확대 효과는 2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안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증시 거래 가능 시간 확대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의 증시 유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브로커리지 실적 호조가 예상돼 증권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당국의 규제 완화도 증권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에 허용되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를 이르면 연내 지정하고, 종투사 기업신용공여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증시 부양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도 증권주들의 강세에 불 붙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배당소득세를 폐지하는 등 증시 부양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은 국내 금융시장에 정책 기대감을 자극하는 주요 이벤트"라며 "특히 집권 초기에는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투심을 개선하고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