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생체 간이식 비중 높아 개인 역량 보단 '원팀' 체계서 성과美 유수의 병원과 비교 시에도 생존율 ↑여러 국가에 간이식 기술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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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아산병원
4월 30일 서울아산병원 수술실 네 곳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생체 간이식 두 건이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진행된 것이다. 고모에게 간을 내어준 20대 조카, 그리고 이모를 살리기 위해 본인의 간 일부를 선뜻 내어준 또 다른 조카. 기증자와 수혜자, 총 네 명이 수술실에 들어섰고, 수술팀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였다.11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회색빛 간에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한 순간, 서울아산병원은 마침내 세계 최초 '간이식 9000례'라는 새 이정표에 도달했다. 8999번째와 9000번째 간이식이 연이어 이뤄진 순간이었다. 1992년 첫 뇌사자 간이식 수술 이후 32년 8개월, 생체 간이식 7502례와 뇌사자 간이식 1498례를 합친 수치다.15일 서울아산병원은 세계 첫 간이식 9000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간이식의 85%는 생체 간이식으로 진행된다.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에 비해 수술이 까다롭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크다.높은 생존율을 담보하기 어려운 수술이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간이식 생존율은 98%(1년), 90%(3년), 89%(10년)를 기록하고 있다.우리나라보다 간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간이식 1년 생존율이 평균 92%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우수한 수치다.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은 단지 수술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수천 번의 삶을 되살린 기적이자, 한 사람의 생명이 또 다른 사람의 결정에서 비롯되는 인간애의 증거다. 한 살배기 시한부 아기가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하고, 죽음을 앞둔 가장이 손주를 안는 기적은 그렇게 이뤄졌다.간이식은 결코 쉬운 수술이 아니다. 특히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보다 훨씬 더 고난이도의 정밀함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수의 간이식센터보다 높은 수치로, 한국 간이식의 위상을 증명하는 성과다.9000번째 수술 역시 도전이었다.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달라 면역학적으로 고위험군이었지만 서울아산병원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경험(1126례)을 바탕으로 항체 억제제와 혈장교환술을 통해 성공을 이끌어냈다.수술의 성과 뒤에는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의료진이 있다.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1998년 세계 최초로 '변형우엽 간이식'을 개발했고, 2000년엔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법을 고안해 세계 간이식의 지형을 바꿨다. 지금 이 수술법은 전 세계 표준이 됐다."간이식팀의 원동력은 결국 환자들이었습니다. 간담도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감염내과, 소아과, 중환자실, 수술실, 장기이식센터까지. 모두가 ‘원팀’이 되어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위해 움직였습니다."이 교수의 말처럼,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은 개인의 탁월함이 아닌 팀의 완성도에서 비롯된다. 특히 동시에 두 건의 생체 간이식을 진행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만큼 독립된 의료진이 각자 수술을 완수할 수 있는 실력과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서울아산병원은 그간 수술을 넘어 지식 공유에도 앞장서왔다. 몽골과 베트남, 터키, 프랑스, 카타르 등 여러 국가에 간이식 기술을 전수해왔고, 특히 몽골은 올해 2월 생체 간이식 300례를 달성하며 자립을 완성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은 서울아산병원에 간이식 기술 전수를 요청했고 협약은 올해도 연장됐다.기증자의 안전 또한 놓치지 않았다. 복강경과 최소 절개술을 이용한 간 절제는 흉터를 줄이고 회복을 앞당겼다.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기증자도 생명을 잃거나 중대한 합병증을 겪은 사례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