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 중립 의무'에 노조는 잠잠 … 내부적으로 불만 퍼져타 부처와 대면 업무 곤란 …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 가르는 격'인기 부처' 해수부 고급 인력 이탈 우려 … 행정도시 기능 약화
  • ▲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챗지피티
    ▲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챗지피티
    "해양수산부에 같이 근무하는 친한 후배는 아내가 갓 임신한 상태인데, 부산으로 부가 이전하면 홀로 두고 이사를 가야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매일 한숨만 쉬고 있어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해수부 부산 이전을 공약하자 세종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2013년 부처 신설과 함께 세종시대를 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이삿짐을 꾸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제 세종에 정착한 공무원들은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을 대변해야 할 노조도 잠잠하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정치 운동의 금지와 공직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 등에 따라 불만 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깊은 한숨과 걱정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4일 부산을 찾아 "국가 기관은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원래 여기저기 찢어놓으면 안 된다"면서 "딱 1개 예외로 해수부만큼은 부산에다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해 해운·수산 업계에서는 이를 환영하고 있지만, 이제 겨우 세종에 정착해 삶의 터전을 만들어 둔 해수부 공무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이재명 후보가 "세종은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행정의 심장"이라며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해수부는 지난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8월 신설됐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해체됐다. 그러다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롭게 설치됐다. 농림수산부와 국토해양부의 수산과 해양 기능을 모아 부활한 것이다. 

    해수부 안팎에선 합의되지 않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부산 이전 공약 발표에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선거 공약 차원에서 부처 지방 이전을 추진할 순 있겠지만 직원들과 세종 지역사회 등이 동의 또는 공감대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친한 후배는 와이프가 갓 임신한 상태인데 홀로 두고 이사를 가야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부산 이전 얘기가 나온 이후로 매일마다 한숨만 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세종에 정착한 지 얼마나 됐다고 강제로 보내려고 하는 건지, 인간 삶의 터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세종과 부산의 거리만큼 타 부처와의 업무 협력에 차질을 빚을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가 중앙부처인 만큼 다른 부처들과 합동 정책을 내기도 하고 협의를 많이 한다"면서 "특히 예산에 민감한 부서에서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과 대면 접촉이 많은데 부산으로 가버린다면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국회를 가는데 부산에서는 이동시간만 왕복 7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며 "예산을 따내서 해양수산 업계들에 도움을 주는 것들도 있는데,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업계로서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급 인력 이탈에 따른 부처 경쟁력 약화도 골칫거리다. 5급 행정고시 임용은 사실상 성적순으로 부처에 배치되는데 지난해 해수부는 수석 인력을 받아내며 순식간에 '인기 부처'로 등극했다. 그런데 부산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선호 부처에서 밀려나 부처 경쟁력마저 떨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해수부만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경우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친한 동기들을 만나지 못하니까 선호 부처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면서 "갓 임용된 후배 중에서는 전입·전출 제도를 고려하고 있거나 아예 공직 생활을 내려놓을 생각까지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정치권에선 중앙부처 하나가 빠지면서 행정도시 세종의 기능이 약화될 뿐 아니라 특별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충식 세종시의원은 전날 제98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이는 명백히 특별법 입법 취지와 행정수도 완성이란 국가 과제에 반하는 결정으로 해수부 이전 논란에 세종시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