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LGU+, ‘유심 환승’에 현금 살포 중 … 사실상 불법 지원금567만명 달하는 SKT 유심교체 예약자 겨냥 현금 미끼 상품 선봬과열된 가입자유치 경쟁 … “경쟁사 불행, 기회 이용말라” 지침도 무색
  •  “유심환승하면 최대 25만원 현금을 드립니다.”

    최근 일선 휴대폰 판매점에 때 아닌 과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공시지원금을 통한 기기값을 지원하는 번호이동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영업이 나타나는 것. 기존 기기에 유심만 교체해 통신사를 바꾸는 이른바 ‘유심환승’이 그것이다. 지원금도 파격적이다. 통신사 따라 다르지만 최대 25만원에 달하는 현금까지 제공되고 있다. 당연히 모두 불법 지원금의 소지가 높다.

    이런 이상현상의 배경에는 SK텔레콤의 해킹 사건에 따른 ‘유심 대란’이 자리하고 있다. 재고 부족으로 SKT 가입자 중 상당수가 아직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자 경쟁사가 현금을 미끼로 자사 유심을 동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런 ‘유심환승’ 영업은 일선 판매점에서 공공연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LG유플러스의 경우 판매점이 아예 대형 오픈마켓에 정식 입점해 영업을 벌일 정도로 한창이다. ‘유심환승’ 이후 요금제에 따라 61요금제에 15만원의 지원금을, 115요금제에 현금 25만원의 지원금을 내걸었다. 거래는 택배로 이뤄진다. 가입유형은 선택약정으로 12개월 회선 유지가 조건이다.

    KT도 크게 다르진 않다. 통신 3사 휴대폰을 판매하는 서울 시내 한 판매점도 아예 유심 번호이동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유심환승’ 상품은 37요금제에 5만원, 61요금제에 10만원의 현금을 제공 중이다. 역시 1년 약정 선택약정 상품이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시장에서 유심 교체를 통한 번호이동 프로모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통상 번호이동 수요가 새로운 휴대폰 기기 구매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가 거의 없는 편이다. 이 때문에 번호이동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통신사에서 나오는 전환지원금도 휴대폰 기기 할인인 공시지원금으로 설정된다. 

    이런 변칙 현금 지원까지 가능했던 배경에는 SKT의 해킹사건이 있다. SKT에서 해킹 사건 이후 유심 무상교체를 진행 중이지만 아직 567만명(21일 기준)에 달하는 유심교체 예약자가 재고 부족으로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KT, LG유플러스 판매점이 이런 SKT의 공포 분위기를 이용해 기존 기기 그대로 유심만 교체를 유도하고 나섰다는 관측이다.
  • ▲ 이동통신 판매점들이 최근 SKT 유심 교체 수요를 겨냥한 파격적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 이동통신 판매점들이 최근 SKT 유심 교체 수요를 겨냥한 파격적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최근 SKT의 가입자 유출이 일 1만명 아래로 내려오면서 이런 변칙 영업과 불법 보조금 지급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포 마케팅도 성행 중이다. 휴대폰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판매점, 이른바 ‘휴대폰 성지’에서는 “SKT의 도청, 문자 가로채기까지 가능하다”며 번호이동을 종용하거나 ‘SKT 고객께만 드리는 혜택’ 등의 마케팅 문구도 서슴치 않고 있다. 모두 현행법 위반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SKT 해킹 사고 초기부터 이통3사에 공포 마케팅을 자제할 것과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실질적인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7월 보조금을 제안하는 ‘단통법’의 종료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주효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는 지원금 규모보다 이용자 차별 행위가 발생하는 지에 중점을 두고 보고 있다”며 “시장 불안심리를 이용해 영업하지 말라고 이동통신사에 요청하고 있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쯤되니 “경쟁사의 불행을 기회로 이용하지 말라”고 내부 지침까지 내려보낸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의 당부도 무색해졌다. KT 역시 비슷한 취지로 일선 대리점에 공문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T와 LG유플러스 측은 “현재 SKT 해킹 사태 이전과 사은품 등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일선 판매점의 지원금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