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냉동식품을 골판지 상자에 넣는다고?” … 태림포장 기술연구소, 스티로폼 대체로 친환경 선도

“새벽배송처럼 상품을 단기간에 보내고 받는 시스템에서는 충분히 골판지 상자로 대체할 수 있어요. 골판지 자체가 목질섬유이기 때문에 열 차단에 유리하거든요. 친환경 소재라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지난 21일 방문한 글로벌세아그룹 계열사인 태림포장의 시화공장.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공장이지만 이곳에는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불리는 기술 연구소가 위치해 있다.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의 통합 연구소인 '태림 기술연구소'에는 골판지의 성질을 분석하는 장비부터 개발한 상자의 압축 강도를 실험하는 기구까지 약 40여 종의 실험 기기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날 연구소 소개를 맡은 장정원 태림포장 기술연구소 연구2팀장은 회사가 개발한 고강도 경량 골판지 상자와 기존 제품의 하중 비교 테스트를 직접 선보였다.

기술연구소 직원이 압축강도 측정기를 작동시키자 프레스기 형태의 상판이 박스 윗부분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상판은 약 3분 동안 박스를 미세하게 압박했고, 파열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기계는 작동을 멈췄다.

장 팀장은 “기존 제품이 263kg을 버티는 것에 비해 새로운 제품은 315kg를 버틸 수 있다”라며 “단면이 5mm에서 3mm로 줄어든 싱글월 제품이기 때문에 더욱 가벼워졌으며 더블월보다 강도는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태림포장이 작년 개발에 성공한 고강도 경량 골판지 상자는 특수강화 원지를 사용해 기존보다 종이 사용량은 최대 20% 줄이고 강도는 20% 강화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오뚜기의 라면 박스 양산에 적용돼 ‘2025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장 팀장은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굉장히 많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골판지를 취급하는 국내 제지업계에서 이런 실험실을 보유한 회사는 태림포장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태림포장의 기술 연구소는 고객사 요청에 맞춘 맞춤형 포장 솔루션을 개발하는 ‘골판지 기술력’의 산실이다.

연구소에서는 온습도 변화에 민감한 종이의 특성을 고려해 골판지의 압축 강도, 파열 저항, 수분 투과율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태림포장 관계자는 “원지부터 각종 물성을 측정하며 제품을 최적화하고 있고, 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을 상시 진행해 원가 절감 및 환경 보호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태림포장이 연구소를 통해 개발한 대표 제품이 바로 ‘테코박스’다. 기존 냉장식품 운반에 사용되던 스티로폼 상자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친환경 종이 상자로, 친환경 발수 코팅 기술을 적용해 내부가 젖지 않도록 했다.

25도의 상온에서 동일한 내용물을 넣고 진행한 실험 결과, 스티로폼 상자가 17시간 동안 냉장 온도를 유지한 것과 비교해 테코박스는 16시간40분 정도 냉장 성능을 보였다.

스티로폼 박스보다 부피가 작아 물류비 절감과 창고 보관 효율을 높일 수 있으며, 친환경 골판지 상자로 탄소배출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숙련된 연구팀이 신기술을 연구하고 회사 내 디자인센터를 통해 시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도 태림포장의 강점 중 하나다.

기술연구소를 지나 샘플실에 들어서자 ‘8각 박스’, ‘12각 박스’ 등 연구소의 결과물들이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태림포장 관계자는 “현재 100% 주문 생산 체제로, 고객사가 설계를 요청하면 그에 맞춰 생산하고 있다”라며 “샘플실에서 유사 지종으로 빠르게 샘플을 제단해 거래처에 컨펌을 받아 리드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업계 유일”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개발한 8각 박스는 기존 5겹을 사용하던 직각 형태 상자보다 기둥 수가 많아 압축 강도가 50% 이상 높고, 고강도 원지 3겹을 사용해 얇고 가벼우며 원가는 최대 10% 절감할 수 있다.

이날 투어에 동행한 정우철 태림포장 시화공장장은 “원가 절감으로 거래처와 윈윈할 수 있으며, 친환경 골판지이기 때문에 환경 보호 효과는 물론 운송비와 보관비 절감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작년에 개발한 고강도 골판지는 현재 시장 점유율이 5% 미만이지만, 생산 설비를 변경하지 않아도 바로 도입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회사도 영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지업 수직 계열화를 이룬 태림포장이 기존 1500개에 달하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마켓 쉐어 확대가 수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태림포장은 전국 9개 골판지 생산공장과 5개 제지공장을 운영 중이며, 골판지 원단·상자 부문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화공장은 미쓰비시·BHS·포스바 등 글로벌 설비 제조사의 첨단 골판지 생산 라인을 갖췄으며, 상당 부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공정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

태림포장 관계자는 “제품 및 생산기술 개발, 공정 개선, 중장기 선행기술 연구를 선도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