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 삼성서울병원 교수팀, AB형 많고 RhD 음성 적어Cis-AB·아시안 델 등 고유 혈액형도 확인"서구식 수혈 체계, 한국에선 위험 요소"
  • ▲ 조덕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 조덕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을 반영한 수혈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양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혈액형 분류와 수혈 기준이 국내 현실에 맞지 않으며 환자 안전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덕 교수 연구팀(하버드의대 윤세효 전공의, 전남대병원 임하진 교수)은 동아시아 지역의 혈액형 특성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트랜스퓨전(Transfusion)'에 발표했다. 연구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을 중심으로 혈액형 분포 및 유전자형의 차이를 분석했다.

    조 교수팀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는 AB형의 비율이 512%로 서구권(38%)보다 높았고, RhD 음성은 0.11%에 불과해 유럽(1119%)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국내 수혈 시스템에서 응급 시 흔히 사용하는 'O형 RhD 음성' 혈액의 확보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강조됐다. 

    이 때문에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O형 RhD 양성'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항체 반응 등 부작용 위험이 따른다.

    연구팀은 "RhD 음성 혈액은 감염병 유행 등 위기 시기에 공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보다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수혈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지는 혈액형의 유전적 특성도 지적됐다. 대표적으로 cis-AB형은 AB형과 유사하지만 유전자 구조가 달라, 일부 자동화 장비에서는 AB형으로 잘못 판정될 수 있다. cis-AB형 환자에게 일반 AB형 혈액을 수혈할 경우 용혈 반응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아시안-타입 델(Asian-type DEL)'은 RhD 음성으로 분류되지만 소량의 RhD 항원을 가진 혈액형으로 기존 검사법으로는 정확히 구별되지 않는다. 이 혈액을 RhD 음성 환자에게 수혈하면 면역 반응이 유발될 수 있어, RHD 유전자 검사 도입이 요구된다.

    임하진 전남대병원 교수는 "Mia, Dia 같은 항원에 대한 항체는 동아시아에서는 드물지 않지만 서양에서 개발된 항체 선별검사 키트로는 검출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신생아 용혈질환과 급성 수혈 부작용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조덕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서구 중심의 수혈 기준이 더 이상 전 세계 공통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의료도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인종적 다양성을 반영한 정밀의료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