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연령 25.2세 젊은 국가 … SNS 통한 트렌드 흡수 빨라라면부터 빵·유제품·과자 등 전방위적 공략필리핀, 소득격차 커 … K-푸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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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 오브 아시아 하이퍼마켓에 위치한 글로벌 플레이버 매대. 한국 라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라면, 과자 등 K-푸드가 한류 붐을 타고 필리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직 현지 브랜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낮지만, 매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내며 외형을 키워가고 있다.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필리핀은 지난해 기준 1억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로, 5.6%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중위연령은 25.2세로, 베트남(32세)이나 인도네시아(29.7세)보다 낮다.이는 한국(46.1세)과 비교해도 상당히 젊은 국가다. 그만큼 SNS 등을 통한 트렌드에 민감하며, 새로운 문화를 습득하는 데 거부감이 적다는 의미다.실제로 한국 드라마에서 시작된 K-푸드 공략이 이어지고 있다. 각 국가가 인접한 동남아시아 특성상, SNS 등을 통해 이웃 국가로 트렌드가 확산돼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 ▲ 필리핀 라면 시장에서 한국 라면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낮지만,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조현우 기자
수출 효자인 ‘라면’ 역시 필리핀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고 있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 전체 라면 시장은 11억142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5246억원에 이른다. 이 중 몬데 니신(Monde Nissin) 점유율이 63.7%로 가장 많았으며, 니신 유니버설 로비나(Nissin-Universal Robina)가 19.1% 순이었다.그 뒤로 오뚜기(3.8%), 농심(1.8%), 삼양(1.7%) 순으로 한국 기업이 필리핀 시장 점유율 3~5위를 차지했다. 시장 규모와 점유율을 토대로 추산해보면, 지난해 기준 오뚜기 매출은 579억원, 농심 274억원, 삼양식품 259억원이다.아직 점유율은 낮지만 성장세는 괄목할만하다. 오뚜기는 지난해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35% 증가했으며, 삼양식품도 같은 기간 75% 신장했다.특히 한국 라면 수요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2022년 8945만달러였던 한국산 라면 수입량은 지난해 9691만달러로 8.33% 늘어났다. -
- ▲ 몰 오브 아시아 1층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매장. 김치볶음밥 등 K-푸드와 현지화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K-푸드’ 인기는 대형 쇼핑몰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필리핀 마닐라 파사이 베이 시티에 위치한 몰 오브 아시아(Mall of Asia) 내에서도 한국 브랜드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1층에는 SPC그룹의 파리바게뜨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 1호점으로 문을 연 이곳은 오픈 한달간 하루 평균 3000여개의 제품이 판매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특히 스팸과 계란프라이를 곁들인 김치볶음밥이나, 필리핀 대표 식재료인 ‘우베(Ube, 보라색 고구마)’를 접목시킨 제품, 필리핀 국민 빵을 재해석한 ‘순수 유유 크림 엔사이마다’ 등 한정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2층에는 BBQ 매장도 볼 수 있다. BBQ치킨은 2022년 필리핀에 처음 진출한 이후 지난해까지 12번째 매장을 열었다. 필리핀 바탄에는 9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생산공장 구축에 나서고 있다. -
- ▲ 마트에는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매대가 별도로 설치돼있다.ⓒ조현우 기자
몰 오브 아시아 하이퍼마켓 매장 중앙에 마련된 Global Flavor 매대에는 불닭볶음면과 너구리, 신라면, 순라면 등이 매대 대부분을 차지했다.유제품 코너에는 빙그레 바나나우유 매대가 별도로 마련돼있었다. 해당 매대에는 수출전용 플레이버인 타로맛, 밤맛 등이 진열돼있었다. -
- ▲ 필리핀은 롯데웰푸드가 메가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는 '빼빼로' 글로벌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창고형 매장 S&R에 진열돼있는 빼빼로.ⓒ조현우 기자
전통적인 부촌 마카티(Makati)에 위치한 ‘S&R Membership Shopping(이하 S&R)’에서는 롯데웰푸드의 글로벌 브랜드 ‘빼빼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S&R은 한국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유사한 창고형 할인 매장으로, 연회비를 내고 멤버십에 가입해야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필리핀에서도 최상위 소비자들이 찾는 곳이다.롯데웰푸드는 2016년부터 S&R과 주력 수출 브랜드 ‘빼빼로’를 포함,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해 왔다. 2023년에는 빼빼로를 비롯해 캔햄과 분유 등 유통 협약을 맺기도 했다.필리핀은 롯데웰푸드가 메가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는 빼빼로의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롯데웰푸드의 빼빼로 수출액은 701억원으로 전년(540억원)보다 30% 증가했다. 이 중 20%가 필리핀에서 나왔다.업계 관계자는 “필리핀은 소득 양극화가 심한 국가”라면서 “몰 오브 아시아나 S&R 같은 곳은 구매력이 높은 중상위층 소비자들이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이어 “한국 제품은 프리미엄으로 인식되고 있고, 때문에 현지 제품 대비 가격이 높더라도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필리핀 내에서의 K-푸드 성장은 기대감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
- ▲ S&R 매장에서 쇼핑 중인 현지 소비자. 카트 내에 불닭볶음면이 눈에 띈다.ⓒ조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