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신약 첫 ICER 유연 적용 사례한국환연 "신속 급여화 가속도 붙어야"6월부터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체계 변화
  • ▲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
    ▲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
    오는 6월 1일부터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치료제 '트로델비(성분명: 사시투주맙고비테칸)'가 건강보험에 새롭게 등재된다. 고액의 비급여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해야 했던 환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고 그 사이 세상을 떠난 환자도 있다. 결국 이 제도 변화의 물꼬를 튼 건 환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였다.

    삼중음성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중 약 11%를 차지하지만 전이 시 5년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고위험 질환이다. 특히 30~40대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해 환자와 가족,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트로델비는 Trop-2 단백질을 표적으로 작용하는 최초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생존 기간 연장 등의 최종 성과 지표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입증했지만, 그간 고액의 약값으로 인해 치료 접근성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번 건강보험 등재로 연간 약 280명 내외의 환자들이 큰 비용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 혁신 신약 첫 급여 적용 사례… ICER 유연 적용

    트로델비 급여 적용은 여러모로 제도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비용-효과성(ICER)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급여화가 어렵다는 평가 관행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체 치료제가 없고 생존기간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는 점, 신속심사 품목이라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급여 적정성이 수용된 것이다.

    건강보험 상한금액은 1바이알(0.2g)당 105만2300원으로 책정됐으며 '환급형'과 '환자 단위 사용량 제한형'의 위험분담제(RSA)가 함께 적용된다. 이는 2023년 약가제도 개선 이후 혁신 신약에 대해 처음으로 비용-효과성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한 사례로 향후 고가 신약의 급여화 가능성을 넓히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故 이두리 대표, 그리고 "너무 늦은 급여화"

    이번 결정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는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제도 운영의 속도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환연은 "트로델비는 2023년 5월 9일 식약처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화까지 2년이 소요됐다. 이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중음성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의 고(故) 이두리 대표는 생전 트로델비의 급여화를 위해 국민동의청원, 캠페인, 언론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지만 정작 본인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2024년 11월 29일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제도 지연이 생명과 직결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환연은 "이번 사례는 환자의 치료 접근권을 중심으로 제도가 유연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기다림 때문에 생명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제약사는 책임 있는 협상과 제도 운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