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법 준수·사회적 책임 이행까지 종합 고려 … 연간 5건 확대롯데손보, 경영실태평가서 자본적정성 '취약' 평가 … 경영개선권고 제기단기 수익 좇는 PEF 경영 한계 드러나 … "금융사 매각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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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PEF)를 향한 금융당국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한 검사 확대를 예고하면서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롯데손해보험과 롯데카드 등 일부 금융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단기 수익을 좇는 사모펀드의 경영 방식이 신뢰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해당 금융사들의 매각에 난항이 예상된다.

    ◇공시 사각지대 벗어나는 사모펀드 … 금감원, 검사 확대 예고

    금감원은 지난 28일 '자본시장 변화와 혁신을 위한 그간의 성과 및 향후 계획'을 통해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검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으로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투자 규모, 법규 준수,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 범위와 수준을 차등화하고, 사모펀드 검사 건수를 연간 5건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사모펀드 운용사는 과거 규제 회색지대에 있었으나 최근 금감원이 검사 권한을 갖고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사모펀드 검사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문제가 있는 곳에 자원을 좀 더 할당해서 진행하겠다"며 "현행법상 사모펀드 검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시나 정보 점검 등과 관련해 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사모펀드의 경우 금융 재벌로 불릴 만큼 덩치가 커졌지만 어떠한 외부 견제나 규제를 받지 않는 현실에 대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금감원은 MBK파트너스 검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에 이첩한 부분과 별도로 행정제재도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영개선권고' 직면한 롯데손보 … 5년째 발 묶인 JKL파트너스

    사모펀드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면서 PEF가 최대주주인 금융사들의 매각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시장에선 사모펀드의 단기수익 추구, 자본확충 회피, 리스크관리 부재 등이 금융사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 사례가 롯데손보다.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019년 인수 이후 매각 시점을 노려왔지만 5년이 넘도록 실패하고 있다. 최근 금감원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등급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부문 잠정등급 4등급(취약)을 부여했다. 이에 '경영개선권고'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영개선권고를 받을 경우 정상 영업은 가능하나 자본금 증액, 사업비 감축 등 당국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자본 건전성은 더욱 취약해지는 모습이다. 이달 롯데손보는 지난 2020년 발행한 900억원 규모 후순위채에 콜옵션을 행사하려 했으나, 금감원은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미달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앞서 IFRS17 기준 재무제표 작성 시 '예외모형'을 적용해 순이익 242억원을 기록했지만, 금융당국 권고인 '원칙모형' 기준으로는 32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처럼 실적과 건전성 모두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현재 시장에 알려진 롯데손보의 매각 희망가는 2조원대로 알려졌다. 보험업황 침체까지 겹쳐 인수 후보군 확보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롯데카드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근 회생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의 채권자 목록에 롯데카드 구매전용카드 관련 채권 793억원이 포함되며 대규모 부실이 드러났다. 앞서 팩토링 대출에서도 786억원의 연체가 발생했으며 지난해 375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반영됐다.

    수익성 역시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은 1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62.7% 줄었으며, 일회성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실질 감소폭은 18.9%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순이익도 14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 감소했다. 최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22년 3조원대 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고 최근에는 매각가를 2조원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MG손보다. 2020년 JC파트너스가 지분 95.5%를 인수했지만 자본 확충과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며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교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이며, 예금보험공사는 5대 손보사와 공동경영협의회를 꾸려 오는 3분기 중 1차 계약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를 둘러싼 우려가 다시 제기되는 분위기"라며 "당국의 검사 강화 방침이 이어지는 만큼, 대주주가 사모펀드인 금융사들은 매각 과정에서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