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성장 강조하면서 기업 규제 강화""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이 앞뒤 안 맞아""기재부는 재정 방패 역할 … 쪼개면 재정 망가져""새정부 경제팀은 성장 중심 정책 라인업 갖춰져야"
  •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데일리DB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데일리DB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어떻게 되살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정부가 맞딱뜨린 현실은 0%대 성장률, 미국발 통상 전쟁, 내수 부진이라는 경제 삼중고다.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경제' 문제는 좌우 진영 논리를 떠나 새정부가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뉴데일리는 전직 경제부총리들을 인터뷰해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최경한 전 부총리는 지난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현금 지원 등의 처방으로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기본사회 공약에 대해선 "한번 파티 벌이고 끝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성장을 하겠다면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새정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어떤 상황인가. 

    "경제를 계속 다뤄왔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경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정부가 제대로 대응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식 공약이 누더기처럼 얹어지면서 체계적 개혁은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우리나라처럼 주52시간제를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손대지 않으면서 25만원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경제가 살아날 거라 기대하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지금 필요한 건 금기를 깨는 개혁이고, 그게 진짜 성장을 여는 열쇠다."

    -미국발 통상 전쟁과 내수 부진으로 기업이 생존의 기로에 있는데.

    "앞으로 우리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첨단 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없애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을 생산 거점으로 선택할지 말지 고민하는 기업들 앞에 52시간제, 중대재해법 같은 규제를 계속 내세우면 누가 여기서 투자를 하겠나. 그런 규제들이 겹겹이 쌓이면 국내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자본도 이탈할 수밖에 없다.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부터 걷어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주4.5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기업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반기업적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인식 속에서 내놓는 정책으로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지 의문스럽다. 동시에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까지 세우면서 그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을 병행하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갠다는데.

    "그 방안에 반대한다. 지금 이 논의의 배경 자체가 결국 재정을 정치권 요구대로 쓰겠다는 뜻이다. 기재부가 말을 안 들으니까 기능을 떼어내서 정치권 영향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나라 재정이 망가진다. 기재부가 재정 방패 역할을 해줘야 한다. 

    -기본사회 같은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확장 재정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지금처럼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는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다만 나눠 먹기 식이거나 경제적 리턴이 없고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면 어떤 곳에 돈을 써야 하나.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첨단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정말 시급하다. 미래 인재 양성에 투자하고 전력망을 확충하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 같은 시대적 수요에 대응하는 투자가 필요하다. 이런 분야에 재정을 집중하면 곧바로 투자 효과가 나타나 세금으로 환수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일자리가 창출되고 부가가치가 발생해 결국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기본사회는 이런 선순환이 가능할까.

    "이 대통령이 말하는 기본사회 공약은 세수 증가로 이어지긴 어렵다. 결국에는 한번 파티를 벌이고 끝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재정 건전성이라는 도그마에 빠져 미래를 위한 투자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 이를 교정하는 차원의 확장 재정이라면 충분히 긍정적이다. 지금은 상당한 규모의 확장 재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정부 경제팀 인선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나.

    "이번 대선 과정을 통해서도 확인되듯 국민들은 분배보다 성장을 더욱 갈망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 부처, 즉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에는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들이 등용돼야 한다. 물론 사회 안전망과 분배 역시 중요하지만 이는 사회부처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면 된다. 경제 부처는 성장 중심의 사고와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라인업이 갖춰져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지구상에 5억, 10억짜리 집을 국민 대부분이 다 가질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대부분 국가가 임대주택 중심으로 가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미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민간에서 다양한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임대주택 정책을 펴야한다. 문재인 정부 때나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경험했지만, 시장을 무시한 정책을 계속 내놓으면 시장은 반드시 응징을 한다. 이재명 정부가 반시장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집값이 크게 오를 요인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