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지역서 일부 상품 보조금 지급 중단SCMP "경기 침체 따른 자금 고갈 때문" 분석韓 부품사, 美 관세 선수요·이구환신에 매출↑
  • ▲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스마트폰 둘러보는 시민들.ⓒEPA 연합뉴스
    ▲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스마트폰 둘러보는 시민들.ⓒEPA 연합뉴스
    중국 일부 지방정부가 가전제품과 전자기기 구매 보조금 지급 중단에 나서면서 국내 전자부품업계가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선수요,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 등에 따라 1분기 매출 개선을 이뤄낸 바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시는 최근 가전제품과 전자기기 관련 보조금을 주지 않고 있다. 충칭시의 경우 지난달 TV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 구매 바우처의 지급 중단을 밝혔으며, 간쑤성의 한 지방정부도 지난달 자금 고갈로 보상판매 프로그램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후베이성과 광둥성의 선전, 둥관, 중산 등 도시도 일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의 스마트 가전제품 구매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보조금 중단과 관련해 정확한 배경은 밝혀지지 않으나 예산부족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대부분 지방정부의 구매 보조금이 연말까지 계속 지급됐으나 올해는 상반기 최대 온라인 쇼핑 이벤트인 ‘618 쇼핑 축제’를 앞두고 여러 지역에서 갑자기 일부 상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중단돼 소비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있다”면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지역들은 대부분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채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이유로 들었지만 일부 지역은 자금 고갈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경기 침체 등 상황에서 내수 소비를 늘리고자 이구환신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적지 않은 성과를 내면서 올해 정책을 지원하는 특별국채 기금을 1500억 위안에서 3000억 위안으로 두배 늘렸고, 보상판매 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품군도 확대했다. 

    특히 올해부터는 보조금 지원 제품군에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등 디지털 제품을 추가로 포함하면서 국내 제품사들은 쏠쏠한 재미를 누렸다. 중국에서 보조금이 지급되는 스마트폰 등 제품에 부품을 탑재하고 있어서다. 삼성전기의 경우 중국 스마트폰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LG이노텍의 경우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전자부품 업계에서 1분기는 통상적으로 세트 수요 약세와 재고 조정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시기다. 그러나 미국 관세 영향에 따른 선구매 효과와 이구환신 정책에 따른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삼성전기는 1분기 매출액 2조7386억원, LG이노텍 1분기 매출액 4조982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각각 5%, 15%씩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이구환신 보조금을 중단하는 지역이 늘어나는 경우 실적에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구매를 망설일 수밖에 없어서다.

    삼성전기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수요는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으로 내수 시장 수요가 확대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면서 “이에 적층세라믹캐패시터의 수요도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분기도 이구환신 효과와 6·18 프로모션 등으로 스마트폰 세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LG이노텍도 이구환신 보조금으로 최근 중국 내 애플 판매량이 반등했던 만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애플의 핵심 시장이지만 현지 제조사들의 강세로 점유율 하락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적극적인 이구환신 적용 노력을 기울이면서 판매량이 반등하는 분위기였다.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중국 스마트폰 판매에서 애플은 2주 연속 큰 격차로 1위를 차지했다. 해당 기간 애플의 판매량 점유율은 25.9%로 1위를 차지했으며 오포와 화웨이는 각각 14.9%, 14.8%로 2위와 3위, 샤오미는 14.6%로 4위에 그쳤다. 

    애플은 이달 18일까지 신형 아이폰으로 기기를 변경하는 경우 추가 보상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병행 중이다. 이 행사 기간 추가 할인 금액은 50위안에서 400위안 수준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에 중국 내 애플의 점유량 반등을 점치는 시각이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 이구환신 대상과 보조금 지원이 늘며 한국 부품사들의 수혜가 기대됐지만 중국의 빠른 보조금 소진과 경기침체로 (이구환신) 효과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2분기 관세 선수요가 줄고 이구환신 효과도 줄어들면서 매출 성장세에 영향이 불가피해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