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지수 0.04%↓…현대·대우 등 자재 구매비용 하락국제유가 배럴당 60달러대…원재료 유연탄값 22% 급감중동수주엔 악재…산유국 재정 악화탓 계약액 44% '뚝'
  • ▲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공단. ⓒGS건설
    ▲ 사우디아라비아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공단. ⓒGS건설
    천정부지로 치솟던 공사비가 일부 안정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유가기조가 장기화되면서 핵심 건자재인 철근·레미콘가격 하방압력이 거세진 것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저유가로 인한 중동 산유국들의 재정악화로 발주가뭄과 수주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10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6으로 직전월대비 0.04% 하락했다. 항목별로 △철강1차제 △골재 및 석재 △경유 △열연강판 △전선 및 케이블 등 가격이 떨어지면서 공사비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건설사들의 자재 구매비용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1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레미콘 매입비용은 루베(㎥)당 9만1400원으로 지난해말 9만3700원보다 2300원 하락했다.

    대우건설과 GS건설 구매비용도 각각 9만1400원, 9만2930원으로 지난해말 9만3700원보다 내렸다.

    철근값 하락폭은 더 컸다. 1분기 현대건설의 철근 매입비용은 톤(t)당 90만4000원으로 지난해말 92만6000원대비 2만2000원 떨어졌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자재값이 안정세로 돌아선 것은 저유가 영향이 크다.

    통상 유가가 하락하면 유연탄 등 원재료값도 떨어져 레미콘·철근 등 건자재값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세계경제 둔화 전망, 중국 등 주요국가의 수요 감소 여파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통계를 보면 10일 기준 브렌트유(Brent)는 배럴당 67.04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5.29달러에 머물러있다.

    이로 인해 유연탄 가격도 전년대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이 발표한 '주간 광물가격 동향'을 보면 1~5월 유연탄(연료탄) 가격은 t당 106.44달러로 전년동기 136.43달러대비 22.0% 내렸다.

    자재값 하락세가 본격화될 경우 건설업계를 짓눌렀던 공사비 부담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 미국 텍사스주 석유시추시설. ⓒ연합뉴스
    ▲ 미국 텍사스주 석유시추시설. ⓒ연합뉴스
    다만 공사비 부담이 줄더라도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지속된 저유가 탓에 중동 산유국들이 대형 프로젝트 발주를 줄이고 있는 까닭이다.

    이미 중동발 수주절벽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통계를 보면 1~5월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계약액은 56억달러로 전년동기 100억달러대비 44.0% 급감했다.

    특히 핵심 발주처인 사우디아라비아 계약액이 27억달러로 전년동기 81억달러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끄라들었다.

    건설업계에선 국제유가가 산유국 재정균형유가인 배럴당 80달러 후반대를 회복해야 발주량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저유가가 호재보다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지난해 공사비가 워낙 큰 폭으로 상승한 탓에 일부 자재값이 하락하더라도 수익성 저하, 발주처와의 갈등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층간소음 규제 강화, 제로에너지  설계 의무화 등 리스크가 상존해 자재값 인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적어도 내년 초까지 자재값이 꾸준히 내려가야 공사비 부담 완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