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이상 자본 발행 허용 입법 … 핀테크·가상자산 업계 환영 한은 "비은행 진입, 통화정책 무력화 우려" … 당국 "조건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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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는 한편 발행 주체와 규제 체계 미비에 따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5억원 이상 자기자본금을 충족하는 국내 법인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디지털가산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기존 논의에서 거론된 50억원보다 요건이 크게 완화되면서 핀테크와 가상자산 스타트업 등 비은행권에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은 “디지털자산은 이제 금융의 주변부가 아닌 글로벌 경제질서를 바꾸는 핵심 요소”라며 “이 법으로 인해 자산연동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해 우리나라가 미국과 함께 디지털 G2(주요 2개국)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소 자본금 5억원’ 규정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소 자본금 요건이 낮아지면서 자금세탁방지(AML), 고객 확인(KYC) 등 핵심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기업이 발행 주체로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제도화 방향을 놓고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간 입장 차이도 분명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비은행 기관에 의해 발행되면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화 논의 관련 “한국은행 입장만 반복해서는 의미가 없다”며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련 부처가 먼저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기관이 자리를 잡아야 방향도 정해지고 규제도 가능해진다”며 “지금은 한은 입장만 이야기한다고 진전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유동성 위기 발생시 대량 환급 요청으로 은행과 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부터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점진적으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날 한은 창립 제75주년 기념사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총재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은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의 대체 기능이 있다”며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위는 안전한 규제 체계가 마련되면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및 고객 확인 등 시스템이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 요건을 크게 낮추게 될 경우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며 “또한 주체가 많이지면 관리 및 감독에 한계가 생길 수 있어 소비자 보호 등 보안 관련 인프라도 확보한 이후 비은행권까지 확대하는 등 신중을 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