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정책 부담에 하반기 전망 우울 … 경기전망지수 4분기 연속 하락롯데, 베트남·싱가포르서 복합 유통망 성공 … 편의점 CU·GS25도 공략 가속글로벌 현지화 전략이 중장기 생존 좌우 … 내수만 바라보기 어려운 시대 도래
-
- ▲ 싱가포르 페어프라이스 엑스트라 비보시티점 내 입점한 '롯데마트 EXPRESS' 매장 전경 ⓒ롯데마트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수출이나 OEM 생산에 그쳤던 방식에서 벗어나 가치와 브랜드를 앞세워 현지 문화에 스며들고 있다. 경기 침체와 내수 한계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전략을 뉴데일리가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둔화로 최악의 경우 올해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권 교체 이후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환경이 겹치며 하반기 실적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내수 부진 속에서 유통업계는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 있다. 단순 진출을 넘어 경쟁력 있는 상품과 운영 모델을 앞세워 본격적인 수출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전국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4~6월)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전분기(77)보다 2포인트(P) 낮은 75를 기록했다.
R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 전망을 긍정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며 100 미만은 그 반대를 의미한다. 이 지수는 지난해 2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기업들은 올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64.0%), 국내 정치 불확실성(39.2%), 운영비용 증가(36.8%), 미국 통상정책(16.8%) 등을 꼽았다.
소비시장 회복 시점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응답 기업의 49.8%는 내년 이후에야 소비시장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봤고 2028년 이후를 예상한 기업도 16.0%에 달했다. 실제로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대 초반으로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장기 침체에 대비한 전략 수정이 본격화되는 이유다. 여기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유통업계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 추진에 나섰고 이커머스·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등도 규제 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박경도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으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마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한국 유통산업이 넘어야 할 파고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미국 관세부과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둔화 등 경기 하방 압력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 ▲ ⓒ대한상의
유통업계는 위기 속에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백화점, 마트 등 복합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2023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롯데타운 형태로 조성돼 개장 1년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롯데백화점 해외 4개 점포는 올해 1분기 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롯데마트는 5월 싱가포르에 PB(자체브랜드) 전문 숍인숍 롯데마트 익스프레스를 개설하며 동남아 신규 시장에 진출했다. 2008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17년 만의 새로운 시도로 인도네시아 48개, 베트남 15개 점포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동남아 허브로 싱가포르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업계도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은 지난달 미국 하와이에 법인을 세우고 10월 1호점 개점을 앞뒀다. 이외 몽골,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지에 680개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이다.
GS25는 베트남과 몽골에서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GS25는 베트남 북부 지역에만 40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몽골에서는 진출 3년 만에 274호점을 돌파했고 다르항, 에르데네트 등 신규 도시로 출점을 확대 중이다. 이마트24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 각각 300개, 100개 점포를 목표로 삼았다.
유통업계에선 해외 확장이 단기 실적 만회 차원을 넘어 중장기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이제 내수만 바라보다가는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시대"라며 "해외 수요를 선점하고 현지화 전략을 얼마나 정교하게 구사하느냐가 유통업계의 미래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