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넘게 주식·가상자산 투자·생활비로 사적 유용ID 관리 부실 및 장기근무로 내부 통제 빗나가
  • ▲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DB증권의 한 직원이 내부통제 미비를 이용해 9년간 회사 명의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이를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상품권 구매 비용만 355억원에 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16일 DB증권으로 부터 제출받은 내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DB증권은 최근 내부감사를 통해 직원 박모(50) 씨가 2016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10년간 회사 이벤트를 사칭해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박 씨가 구매한 상품권 총액은 약 355억원에 달했다. 현재까지 미정산된 금액만 30억원 수준이다.

    회사 이벤트에 사용할 상품권을 구매하는 업무를 맡았던 박 씨는 이벤트가 종료된 후에도 상품권을 사들였다. 

    특히 전자상거래 업체 11번가의 법인 대상 기프티콘 판매 시스템을 악용했다. 구매 대금을 익익월에 결제하는 후정산 방식과 정산 입금 주체를 철저히 확인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그는 회사 명의로 11번가를 통해 10만 원권 신세계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관리자 페이지에서 본인과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로 기프티콘을 발송했다.

    박 씨는 상품권을 9만8000원에 구매한 뒤 9만4000원에서 9만5000원 사이 가격으로 되팔아 현금화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은 주식·가상자산 투자, 생활비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그러나 투자 손실이 커지면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상품권 구매 규모를 눈덩이처럼 불려왔다.

    DB증권이 추산한 미정산금액 30억원의 사용처는 상품권 현금화 손실 10억~14억원, 코인 투자 손실 7억7000만원, 주식 투자 손실 3억5000만원, 생활비 5억원 등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DB증권의 허술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여실히 드러났다. 

    먼저 계약 및 ID 관리가 부실했다. 박 씨가 사용한 11번가 구매 ID는 과거 회사 이벤트 종료 후 즉시 폐쇄됐어야 했다. 그러나 별다른 계약 종료 조치나 폐쇄 조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박 씨가 개인 이메일로 인보이스(송장)를 받고 개인 계좌로 대금을 송금하는 방식이라 사건을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해당 직원이 순환근무 없이 10년간 한 부서에서 장기 근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장기 근무로 객관적인 견제와 감시를 피해갔던 것이다.

    DB증권은 지난달 15일 사건을 인지하고 23일 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하고 금융감독원에 사고 사실을 보고했다. 박 씨의 자산 약 7억원을 확보해 11번가 측에 일부 변제 조치했다.

    사후 개선 방안으로는 ▲개인 ID 방식의 상품권 거래 전면 금지 ▲거래업체 정기 점검 및 발송내역 전수조사 ▲인감 날인 시 준법감시부서의 문서 적정성 점검 의무화 ▲직무순환제도 적극 시행 등을 내놨다.

    DB증권은 우선 임원 공통 책무인 '소관조직의 금융사고 예방 책임'을 적용하고, 향후 책무구조도에 '계약 체결·유지 및 사후관리' 책무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DB증권 관계자는 "아직 내부 조사 중에 있다.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문제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며 "앞으로 DB증권은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