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주가 296% 폭등, 3일 만에 20% 급락"개미 뒤통수" 평가 인적분할 공시에 시총 1조원 넘게 증발 인적분할 이면에 승계 밑작업 의혹…"밸류업 흐름 역행, 李정부 침묵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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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의료 시장에서 일명 '연어주사'라 불리는 리쥬란힐러로 사세를 키워온 파마리서치의 최근 주가 폭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 만에 파마리서치는 19.69% 급락했는데요. 단기간 급락세에 이 기간 국내 증시에서 주가 하락률 상위 10위에까지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로 인해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5조4965억원에서 17일 4조4140억원으로 1조원 넘게 증발했습니다.
파마리서치는 핵심 제품 리쥬란힐러의 수출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몇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리쥬란힐러는 연어에서 추출한 폴리뉴클레오타이드(PN)을 피부에 주입해 피부 재생과 탄력 개선을 돕는 제품으로 피부미용 시장에서 인기 높은 제품입니다.
지난 2020년 1087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2610억원, 지난해 3501억원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34억원에서 126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년 사이 주가도 296% 폭등했는데요. 이익은 성장하고 주가는 장기간 우상향해 코스닥 우량주로 꼽혔던 종목입니다.
그랬던 파마리서치의 최근 주가 폭락 트리거는 지난 13일 인적분할 추진 공시입니다.
파마리서치에서 투자를 담당하는 존속법인 파마리서치홀딩스와 기존 에스테틱 사업을 다룰 신설법인 파마리서치로 인적분할하는 형태인데요. 분할 비율은 파마리서치홀딩스 0.74대 파마리서치 0.26로, 기존 소액 주주들은 해당 비율로 두 회사 지분을 배정받게 됩니다.
상장사들이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은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 두 가지가 있는데요. 두 방식은 기존 주주가 분할된 회사의 주주로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구분됩니다.
일반적으로 기존 회사가 분할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구조로 기존 주주에게는 별도로 주식이 배정되지 않는 물적 분할보다 기존 주주에게 주식 소유 비율에 따라 분할된 회사의 주식도 나눠주는 인적 분할 방식이 소액 주주들에겐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방식을 선택했는데도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건 핵심사업을 영위할 파마리서치의 주식이 껍데기뿐인 지주사 파마리서치홀딩스 주식보다 분할 비율이 낮다는 점인데요.
신설 사업부문의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을 보면 지주회사는 32억원에 불과한 반면 사업회사는 3095억원으로 차이가 큽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총 자산은 7998억원 중 2195억원이 신설 법인인 파마리서치로 이전되고, 5802억원은 존속 법인인 파마리서치홀딩스에 남습니다. 앞서 밝힌 분할 비율에 따라 가정해보면 기존에 파마리서치 주식 1000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면 인적분할 이후 파마리서치홀딩스 743주와 신설 파마리서치 257주를 받게 됩니다.
핵심 사업인 리쥬란을 보유한 파마리서치의 주식은 적게, 사실상 중복 상장으로 평가되며 지주사 특성상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파마리서치홀딩스 주식을 많이 받는 구조입니다.
시장에선 이번 인적분할 이면에 승계 밑작업이 있다고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75대 25 인적분할이 단순한 분할이 아닌 지주사를 의도적으로 저평가시켜 저가로 승계받으려는 전략이 깔린 것이란 분석입니다.
현재 파마리서치는 최대주주 정상수 의사회 의장의 장남 정래승 사내이사와 장녀 정유진 사내이사의 역할이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2023년 정유진 이사의 파마리서치 이사회 입성 이후 올해 3월 정래승 이사까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이들은 올해로 모두 경영 전선에 나섰습니다. 인적분할 계획서에 따르면 분할 후 정래승 이사는 지주사인 파마홀딩스를, 정유진 이사는 신설법인인 사업회사 파마리서치를 담당할 예정입니다.
두 자녀의 지분율은 아직 미미한 수준인데요. 지난 3월 기준 정래승 이사와 정유진 이사의 보유 지분은 1만주, 1만71주로 각각 지분율 0.09%에 불과합니다. 정 의장은 파마리서치 지분 356만주(지분율 30.48%)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분할 이후 지주사가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지분 거래, 합병, 현물출자 등을 진행하면 오너일가는 지분율을 높이는데 성공하지만 소액 주주의 지분은 희석되거나 지배력이 약화된 주식을 보유하게 될 수 있는데요. 파마리서치그룹은 인적분할 이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적분할은 오는 10월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특별결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입니다. 정상수 회장 지분율을 고려하면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파마리서치 측은 이번 분할이 승계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에서 제시된 파마리서치홀딩스의 분할 비율 0.75는 과거 주요 기업들의 지주사 전환 사례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시장에서는 충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습니다.
파마리서치의 지분 약 1%를 보유한 머스트자산운용은 "모회사의 대주주 지분율은 분할 전 현재의 약 30%에서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번 분할 결정이 전체주주를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처리되기 전에 급히 인적분할 계획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정권에서 상법이 개정되면 회사와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난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자본시장 한 전문가는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자본시장 신뢰 회복을 선언해왔다"면서 "파마리서치가 첫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국내 대표 퀄리티 주식이었던 파마리서치 분할 결정에 정부가 침묵한다면 시장에는 왜곡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