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의료기기 유망 종목 비올, 자진 상폐 위한 공개매수 추진발표 하루 만에 주가 10% 급등 … 공개매수가 가까이 도달개인투자자들 분통 "성장성 담보되니 헐값 공개매수" 증권사 "1만2500원 공개매수, 비합리적·저평가 아쉬워"
  • "충분히 10루타도 갈 수 있는 종목을 이제 겨우 수익률 1루타 쳤는데 상장 폐지를 한다고? 공개매수 실패해서 상폐 못하면 소원이 없겠다."(비올 개인 투자자 A씨)

    하루 만에 주가가 10%나 급등했는데, 비올의 개인투자자들은 울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지난 18일 비올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54% 상승한 1만238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공개매수를 통한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상승 배경입니다.  

    VIG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비엔나투자목적회사’는 이날부터 오는 7월7일까지 비올을 공개매수한다고 공고했는데요. 매수예정수량은 3743만8265주로, 이는 발행주식총수 대비 64.09%에 달합니다. 매수 가격은 주당 1만2500원입니다.

    비올이 지난 2019년 12월 상장했으니 코스닥 시장에 등판한 지 겨우 5년여 만에 초고속 상장 폐지를 추진하는 것이죠.

    기업이 자발적으로 상장 폐지를 하려면 발행주식 총 수의 95%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공개매수라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요. 이는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한 기업이 소액 주주들이 갖고 있는 주식을 일정한 주가에 사들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상 공개매수는 보통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종목의 주가는 급등하기 마련입니다.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기업을 사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하는 것이죠. 오랜 시간 소외주로 주가가 저평가되거나 대주주의 사정으로 알게 모르게 눌려있던 종목이라면 이 기회를 삼아 보유하고 있던 종목을 냅다 던지는 겁니다.  

    전일 비올의 두 자릿수 주가 상승률도 이 같은 기대심리에서 이뤄진 겁니다.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서도 비올 투자자들은 상당히 분노에 차있습니다. 

    종목 공부를 해가면서 어떤 믿음을 갖고 소중한 내 돈을 투자했던 주식이 어느날 뜬금없이 상장폐지가 된다는 걸 두 팔 벌려 반길 개미 투자자는 없을 겁니다. 지금 비올 투자자들의 마음이 그러한데요.

    비올은 크로니들 RF(고주파) 장비 '스칼렛' 등을 주력으로 피부 미용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온 회사입니다. 비올의 최근 3년간 매출은 ▲2021년 184억원 ▲2022년 311억원 ▲2023년 425억원 ▲2024년 582억원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3년엔 영업이익률이 50%를 돌파, 작년 62%로까지 증가하며 상당한 수익성 개선을 이뤘습니다.

    비올은 높은 성장 기대에 호실적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2023년부터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는데요. 3000원대 초반이던 주가는 자진 상장 폐지가 알려지기 전인 지난 17일까지 무려 247.28% 급등했습니다. 

    그해 해외시장 확대 기대 속에 증권사들이 미용의료기기 섹터 유망 종목으로 비올 등을 꼽으며 앞다퉈 목표주가를 높이던 게 기억납니다. 2023년 대다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의 포트폴리오 국내 주식 종목엔 비올이 담겨 있었으니까요.

    '비올'이라 비가 올 때면 주가가 오른다면서 종목토론방에서 장난스런 기우제를 벌이고, 숫자로 입증된 실적을 보며 비올의 더 큰 성장을 기대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참으로 허탈한 심경입니다. 

    기업들이 자진 상폐를 결정할 때는 상장을 유지했을 경우 이득이 없다는 판단에서인데요. 계속해서 돈을 잘 벌어서 현금도 쌓여있고, 큰 규모의 투자도 필요하지 않는 회사라면 자본 조달이 용이하다는 상장사 장점보다 공시 의무 등 상장사 기준에 맞춰진 불편한 제도적인 압박을 피해가고 싶을 것입니다. 자본 이득을 주주가 100%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자진 상폐를 택하는 이유죠. 

    비올뿐 아니라 텔코웨어, 신상통상 등 시장에선 상법개정을 앞두고 자진 상폐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올해 주주환원 요구와 기업 공시 등 의무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서두르는 것이죠.

    종목토론방에서 한 개인투자자는 "3년 넘게 들고 있었고, 미우나 고우나 어디까지 클까 기대하며 투자했다"면서 "섹터 내 다른 종목에 비해 주가가 눌려있을 때에도 욕하면서도 응원하던 기업인데 허탈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이제야 안정적으로 성장해갈 텐데, 돈이 없을 땐 개미 돈으로 버텨놓고 이제야 회사가 크려고 하니 개미 돈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분노하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바로 낮은 공개매수가인데요. 성공적인 공개매수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매력적인 가격대가 제시돼야 하는데, 비올의 공개매수가는 앞서 얘기한 것처럼 1만2500원입니다. 지난 17일 기준 주가가 1만1200원이니 불과 11.60% 차이입니다.

    공개매수가는 증권가 추정치 기준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률) 19배에 해당하는 수준인데요. EDB(에너지 기반 의료기기) 기업인 클래시스, 원텍 등의 12개월 선행 PER 평균치가 24.0배이므로 성장성 대비 저렴한 밸류에이션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입니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인 DMS가 보유한 비올 지분의 인수가가 동일하게 책정됐고, 소액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라며 의미부여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도 이번 공개매수가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지은 DB투자증권 연구원은 "EBD 업종 평균 대비 저평가 인수된 부분은 아쉽다"면서 "기존 주주 입장에선 저평가 구간에서의 상장 폐지가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상장폐지에 반대한 단체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통해 이번 자진 상폐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은 이날 오전 10시45분 기준 주주 556명으로, 453만주(지분율 7.76%)가 모였습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코스피가 3000대를 돌파하니 마니 하는 불장에서 그냥 내버려둬도 주가가 우상향할 종목을 공개매수로 천장을 만들어버렸다"면서 "열매를 독식하고 싶을 만큼 탐이 난다면 재지말고 처음부터 적정가격을 불러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