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래 "전 부처 업무 보고 다시 받겠다" 으름장점령군처럼 행동 … 공직 겨냥 "녹봉 받으며 태업"공무원들 "정권 바뀐지 2주밖에 안지났는데" 불만尹정부 인수위는 "부처 목소리 경청" 분위기 정반대
  • ▲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운영위원회 결정사항과 지난 18일 실시된 업무보고 총평 등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시스
    ▲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운영위원회 결정사항과 지난 18일 실시된 업무보고 총평 등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시스
    조기 대선으로 인해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은 뒤 "매우 실망"이라며 "전 부처의 업무 보고를 다시 받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감사원을 향해선 "지난 정권 호위대 역할을 했다"며 반성과 성찰을 요구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완장' 찬 점령군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20일 검찰청 업무보고를 받던 중 갑자기 중단시켰다. "공약분석도 안되고, 형식도 갖추지 못했다"며 재보고를 요구했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검찰에 대한 보고가 중단됐고, 다시 보고받는 것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 공약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이 분석되고 있지 않고 통상적인 공약 이행 절차라는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이어 "업무보고를 받고 나서 기획위원들의 제안, 질의 진행 전 회의를 중단하고 논의한 사안"이라며 "다시 보고해줄 것을 요청했고, 화요일(24일) 자료 제출, 수요일(25일) 보고 받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19일에도 정부 업무보고와 관련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각 부처 업무보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열고 "업무보고는 한마디로 '매우 실망'이라고 말씀드리겠다"며 "공약에 대한 분석도, 공약에 제대로 된 반영도 부족하고 내용이 없다. 구태의연한 과제를 나열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에 맞는 구체적 비전이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어떤 부처는 공약을 빙자해 하고 싶은 일을 제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며 "안타깝게도 윤석열 정부 3년, 비상계엄과 내란을 거친 6개월 동안 공직사회가 얼마나 무너지고 혼란스러웠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직개편을 둘러싼 혼란이 기재부 내부 업무 흐름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조 대변인은 "거취 문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해서 업무를 못 한다는 건 국가 세금으로 녹봉 받고 있는 분들이 사실상 태업한다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핑계"라고 일축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도 이날 오전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많은 고민과 준비가 있었음에도, 지난 3년간 이완돼 있던 정부 정책과 최근 대선 국면을 지나며 많은 부분이 흐트러져 있었다"고 쏘아붙였다.

    국정기획위는 같은날 감사원 업무보고를 받은 뒤 "감사원이 지난 정권 호위대 역할을 했다"며 반성을 요구했다.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은 "헌법상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감사원은 온전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됨에도 지난 정권 호위대 역할을 하여 국민들께 실망감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행정분과위원들은 지난 정부에서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를 '정치감사 및 표적감사'로 규정하며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헌법기관으로 고도의 정치 중립과 직무 독립이 요구되는 감사원을 여권 발밑에 두려는 의도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 ▲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운영위원회 결정사항과 지난 18일 실시된 업무보고 총평 등을 브리핑 하고 있다. ⓒ뉴시스
    관가에서는 국정기획위의 이같은 '군기잡기'가 도를 넘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공약이행 계획이 부실하다고 질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들이 저임금으로 이탈하고 사기도 바닥인 현실에 점령군 처럼 행동하는 국정기획위의 '갑질'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부처 공무원은 "부처별 공약이행 계획이 부실하다고 질책하는데, 정권 바뀐지 이제 2주 지났다"며 "그렇게 간단한 일이면 국정기획위가 뚝딱 만들어서 하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부처 업무보고는 민주당이 작성한 공약집을 바탕으로 이뤄졌는데, 급조된 짜깁기 투성의 부실 공약집을 바탕으로 업무보고를 하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업무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공무원은 "국무조정실에서 6월 13일 금요일에 양식을 보내면서 공약 이행계획을 보내라고 했다"며 "주말 내내 작업해서 국정기획위가 출범한 월요일(16일)에 제출했다. 실제 '워킹데이'는 이틀밖에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정이 이런데도 국정위가 '매우 실망'이라고 평가하는 건 너무 과하다"고 했다. 

    2022년 3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업무보고를 받을 때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정부 인수위는 부처 업무보고를 인수위 사무실에서 받았는데, 윤 정부 인수위원들은 세종컨벤션센터로 직접 찾아가 업무보고를 받았다. 당시 인수위 관계자는 "부처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는 의도로 간 것이지 다른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점령군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 방문했다는 말을 인수위에서 들었다"는 기획재정부 관계자 전언이 관가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