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략, 거시경제 불확실성 극복 초점美,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카드 다시시안공장 운영 제동 … 극한 치닫는 중동전
-
- ▲ 삼성전자 로고 ⓒ뉴데일리DB
삼성전자가 지난주 하반기 전략회의를 마무리 지었지만 대외 리스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다시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반도체 사업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데 극한으로 치닫는 중동전까지 하반기 사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높이면서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주 17~19일 사흘에 걸친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마쳤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에 열리는 연례행사로, 글로벌 각 지역의 법인장까지 대거 참석해 사업부문, 지역별 현안을 공유하고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한다.사업부문별로 하반기 전략과 시장 전망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한 반도체(DS)사업의 경우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의 하반기 이후 사업 전략과 D램 시장 전반에 대한 전망을 중심에 두고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더불어 최근 국내 수출 기업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 규제책 같은 대외 변수를 점검하는 데에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서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중국 규제책을 시행하는 동시에 미국 중심의 산업 육성을 위해 각 국에 관세를 들이밀고 있는데, 반도체와 가전, IT 기기 등의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삼성에겐 사업을 이어가는데 가장 큰 불확실성이 아닐 수 없다.지난주 전략회의에선 급부상했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파생제품 관세에 대해 집중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철강 파생제품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해 당장 이달부터 적용이 현실화됐다.삼성은 가전제품 일부는 미국에서 생산하지만 미국 외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대해선 이 같은 철강 파생제품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가전제품 원가에서 철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30~40%로 높고 미국산 철강은 아시아산보다 약 20% 비싼만큼 철강 관세로 삼성 가전제품 원가가 상승할 리스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이달 말부턴 미국으로 수입되는 스마트폰에도 최소 25%의 관세가 부과된다는 점도 삼성이 직면한 수출 환경 중 하나다. 당장 내달 공개되는 폴더블폰 신제품이 이 관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시장별 판매 전략과 가격에 대해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
- ▲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양상이 심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삼성이 하반기 전략회의를 마치자마자 또 다시 대외 불확실성을 높이는 이슈들이 잇따라 터져나왔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관세에 이어 지난 정부에서 유예 처분을 받았던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공급을 제한하는 조치를 다시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들에게 또 한번 리스크를 던졌다.이번 방침으로 삼성과 SK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서 매번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표면적으론 미국산 반도체 장비의 대(對)중국 반입을 전면 금하는 것은 아니지만 허가 절차를 두고 첨단 장비의 반입을 불허할 것으로 예상돼 사실상 전 정권에서 시작한 수출 통제가 전면 부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삼성은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운영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생산공장과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예 조치를 받긴 했지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를 고려해 이미 중국 공장 생산 비중을 낮추는 전략을 이행 중이다. 생산량을 줄인 낸드 중심으로 중국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 새로운 규제 조치로 삼성이 당장 받게 될 타격은 크지 않지만 결국엔 중국 생산 공장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장기적인 불확실성으로 자리 잡은 미국 규제에 더불어 중동 지역 문제가 확대일로에 있다는 점도 글로벌 사업을 하는 삼성에겐 하반기 예상 밖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치 상황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미국이 이란 핵 시설을 공격하는 등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삼성 또한 여느 수출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동 지역 정세 혼란으로 유가 상승, 원자재 수급 불안에 더불어 수출입 과정에서의 해운물류 이슈까지 전방위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가뜩이나 철강 관세 타격을 입게 되는 가전사업은 중동 이슈로 물류비 상승과 현지 사업 위축 가능성이 높아지며 직접적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가전제품은 부피가 크고 항송 운송이 어려워 대부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데 중동전이 발발한 호로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이미 높아진 물류비 부담이 훨씬 더 급증할 위험이 크다.철강 관세에 더불어 원자재값에 물류비 상승까지 더해지면 가전과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주요 제품들의 가격 정책을 완전히 바꿔야 할 가능성도 언급된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소비 심리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사들이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대외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시장과 경제 전반에 악조건일 수 밖에 없다"며 "삼성 입장에도 부담만 늘어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