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실용주의'에 기반한 유임이라는 평가일부에선 양곡법 개정 추진 '속도조절' 분석도
  •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합뉴스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선을 단행한 가운데,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만 유일하게 유임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인사로 정권 교체 후 첫 유임 사례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유임된 송 장관 외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등 총 12명의 장관급 인사를 발표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바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자리를 지킨 전례는 있다. 그러나 여야가 바뀌고도 장관이 유임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송 장관은 1967년 서울 출생으로 창덕여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농촌경제연구원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부원장을 역임했다

    송 장관의 유임 결정을 두고 정부 안팎에선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정부'가 인사에서도 본격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화합과 실용을 인사의 핵심 가치로 강조한 바 있다. 

    강 비서실장은 "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의 변화와 지방 소멸 등을 연속성 있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송 장관의 유임은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은 취임 직후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농정 현안과 물가, 재해 대응 방안 등을 놓고 이 대통령과 장시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송 장관은 전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을 두고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 4법'이라고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 윤석렬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며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송 장관을 농업·농촌 정책 분야에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로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록 정권은 바뀌었지만 실무 능력, 업무 전문성, 리더십을 우선시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송 장관이 새 정부의 철학과 국정운영 방향에 동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과거 어떤 활동과 결정을 했든 간에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그동안 송 장관이 적임자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왔고 앞으로도 연속성 있게 잘 대응해 나갈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인선은 이 대통령이 내세우는 통합과 실용, 성과 중심, 실력 중시 기조에 부합한 것이 배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현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추진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송 장관이 다소 거친 언사로 양곡법 개정 추진에 대해 비판한 만큼 '자기부정'에 가까운 법 개정안 추진에 총대를 멜 수 있겠냐는 이유에서다.  

    다만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양곡법 개정안의 기본적인 취지에 대해서는 동의해왔고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송 장관은 또 장관직 유임 소감에 대해선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지만 분골쇄신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우리 농업·농촌, 그리고 국민 입장에서 농정이 더 발전하고 우리 농업인의 삶이 나아질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