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 사실상 자본잠식…대만 본사까지 '불똥'롯데손보, 해지율 예외 모델 적용해도 자본비율 '아슬아슬'KDB생명, 매각실패만 6번째…국책은행 '미제사건' 되나업계 "10년 뒤 경과조치 소멸 … 자본 절벽 우려"
  • ▲ ⓒ푸본현대생명
    ▲ ⓒ푸본현대생명
    국내 보험사들의 '탄탄함'을 나타내는 지급여력(K-ICS) 비율이 23년만에 200%가 붕괴된 가운데 더 심각한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경과조치'라는 장치를 통해 보험사들이 부채를 최대 10년에 걸쳐 나눠서 인식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종의 '연착륙' 장치인 셈이다.

    하지만 경과조치가 없으면 사실상 '자본 미달' 상태에 놓인 보험사들이 수두룩해 향후 '부실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회사 중 경과조치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부실' 기업으로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등이 거론된다. 한편 손해보험회사 중에선 ▲롯데손보 등이 '부실 뇌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의 위기, 그룹으로 '불씨' 번지나

    푸본현대생명의 경과조치 적용 K-ICS는 지난 3월 말 기준 145.5%로, 겉으로 보기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 넘어 양호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과조치를 미적용한 실질 K-ICS는 -23.8%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임을 보여준다. 

    푸본현대생명의 위기는 그룹 차원의 대응 없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인데, 모회사인 푸본금융그룹이 전액 출자할 예정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건전성 지표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결손금은 -4487억원으로 직전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800억원 눈덩이처럼 증가했다. 

    업계에선 대만 본사에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법 외엔 특별한 대안이 없다는 시각이다.
  • ▲ ⓒ롯데손보
    ▲ ⓒ롯데손보
    롯데손보, 해지율 예외 모델 적용해도 자본비율 '아슬아슬'

    롯데손해보험의 경과조치 적용 K-ICS는 119.%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를 이미 하회하고 있다. 경과조치 미적용 K-ICS는 101.6%를 기록해 간신히 100%를 넘기고 있는 상태다. 

    롯데손보의 심각성은 앞서  금융당국이 회사의 자본 확충 방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신청을 불승인한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당국이 재무건전성에 '직접적인 경고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한다. 

    게다가 롯데손보는 해지율 산출 시 경재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한 가정을 사용하는 예외 모형을 적용하고 있는데, 보수적인 원칙 모형을 적용할 경우 K-ICS 비율은 90%대까지 떨어져 법적 최소 기준인 100%마저 하회할 것으로 우려되는 상태다.   
  • ▲ ⓒKDB생명
    ▲ ⓒKDB생명
    매각 실패만 6번 … KDB생명, 산업은행 '미제사건' 불명예

    KDB생명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실질 K-ICS 비율이 40.6%에 불과한 KDB생명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유력 인수 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마저 실사 후 인수를 포기할 정도로 재무 구조 개선에 실패했다. 

    시장에선 KDB생명을 '밑 빠진 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6차례에 걸친 매각 실패가 방증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자체적인 자본 비율 관리 부담으로 인해 1조 원에 가까운 추가 자금 지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KDB생명은 단순히 한 기업의 부실 문제를 넘어, 국책은행이 떠안은 해결 불가능한 숙제이자 잠재적 시스템 리스크의 '대명사'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10년 뒤 '자본 절벽' 오나 … 째깍이는 시한폭탄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는 영구적인 제도가 아니다. 유예 기간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그 효과가 축소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해당 보험사들이 앞으로 유예 효과가 사라지는 만큼의 자본을 매년 추가로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이들이 향후 충분한 이익을 내거나 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경과조치 축소만으로도 K-ICS 비율이 자동 하락하며 '자본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 현재의 안정성이 사실상 '빌려온 시간'인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시장은 이제 경과조치 후의 K-ICS 비율이 아닌, 경과조치 전 비율을 해당 기업의 진정한 체력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경과조치라는 착시 효과에 기댄 채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미루는 기업은 향후 몇 년 안에 한계 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